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아청법)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한숨을 돌렸던 대한의사협회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 등을 차등 적용하는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그 기간과 대상이 여전히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23일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청법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설명했다.
추 회장은 "현재 여가부 개정안에 따르면 아청법상 3년을 넘는 징역이나 금고형이 선고되면 취업 제한 기간이 30년에 달한다"며 "법원이 죄의 경중 및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판결하도록 조치했지만 여전히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성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종신형에 가까운 양형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며 "최소 침해 원칙과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의료영역에 있어서 정당한 의료행위와 성범죄와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종신형에 가까운 취업 제한은 과도하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정당한 의료행위를 했는데도 환자의 주관적 수치심 등으로 인해 처벌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
또한 이러한 애매한 일로 벌금형을 받아도 아동과 청소년을 진료하지 않는 의료기관까지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추무진 회장은 "억훌하게 성범죄에 연루돼 벌금형을 받은 의료인이 환자와 직접 대면해 치료를 하지 않는 진단검사의학과 등에도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또한 노인병원 등 아동이나 청소년을 진료하지 않는 의료기관까지 취업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실제로 환자와 분쟁 발생시 일부 환자는 성추행을 근거로 의료인에게 협박과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료인에게 쏟아지는 불이익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의협은 사람의 신체를 접촉하고 다루는 의료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료행위와 관련해 벌금형을 받은 의료인에 대한 특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추 회장은 "우선 아청법의 입법취지에 맞게 취업제한 대상을 아동과 청소년을 진료하는 기관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또는 장소적 제한에서 행위 제한, 즉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진료를 금지하는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 부분을 법률에서 규정하기 어렵다면 추후 의료인 단체와 협의를 거쳐 여성가족부령에서 세부적인 범위를 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