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표된 최대규모 시판후조사 결과를 인용해 챔픽스에 불거진 자살 충동, 우울증 등 신경정신계통 이상반응 이슈를 털어낸 것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주말 챔픽스에 붙은 경고문구를 제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챔픽스와 해당 신경정신 부작용 사이의 인과관계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게 요지였다.
FDA는 "그동안 챔픽스에서 야기된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 안전성 데이터들엔 일관성이 없었다는 점이 주요 걸림돌로 지적됐지만, 대규모 시판후조사결과 화이자가 주장한 안전성 결론과 일관성을 보였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로써 유럽지역을 비롯한 미주지역에선 챔픽스의 신경정신과적 경고문이 모두 제거된다. FDA의 이번 결정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시판후조사 결과를 근거로 돌출경고문을 수정한지, 7개월여만에 이뤄졌다.
경고문은 삭제되고, 안전성의 근거가 된 시판후조사 결과는 제품 라벨에 그대로 적시하기로 했다. FDA는 "제품 라벨에 챔픽스가 기타 다른 금연약보다 치료 효과가 좋다는 부분도 업데이트 될 것"으로 언급했다.
화이자 관계자는 "그동안 정신과적 병력을 가진 사람이 금연을 목적으로 챔픽스를 복용할 경우, 기재된 경고문이 편견을 줄 수 있었다"면서 "때문에 챔픽스의 시판후조사 결과를 근거로 안전성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발목 잡아온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 '족쇄 풀다'=승인 이후 2009년부터 챔픽스의 안전성 이슈는 줄곧 발목을 잡아왔다. 챔픽스를 복용한 극소수의 인원에서 자살생각과 우울증 등의 신경정신과적 부작용 위험이 보고된데 따른다.
이후 대규모 시판후조사인 EAGLES 결과가 나오기까지 안전성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것이다. 그리고 EAGLES 결과가 나오자, 문제가 됐던 부작용의 족쇄는 풀렸다.
관건은 FDA와 EMA의 요청으로 실시된 해당 연구가 가진 설득력이었다. 정신질환 과거력에 상관없이 16개국 8000명 이상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치료 가이드라인이 1차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는 챔픽스와 부프로피온 및 니코틴 패치를 직접 비교한 첫 번째 '최대규모' 임상이었다는 점.
결과에 따르면, 챔픽스를 투약한 경우 정신건강장애 흡연자군과 비장애 흡연자군 모두에서 비교 대상이 된 부프로피온이나 니코틴 패치보다 금연 유지율이 더 높았으며, 정신과적 병력이 있던 환자에서도 우월성이 확인됐다.
오히려 자살로 인한 사망은 비정신건강장애 흡연자군 중 위약군에서 1건이 발생했다.
지난 9월 해당 결과를 근거로 FDA는 산하 정신약물자문위원회 약물안전성관리자문위 논의를 진행했다. 여기서도 경고문을 "제거하자"는데 과반의 의견이 모아졌다.
19명의 패널 가운데 4명은 문구를 수정하는 쪽으로, 10명은 이같은 경고문을 삭제하는데 찬성표를 던졌다.
올초 화이자는 챔픽스의 EAGLES 결과를 근거로 제품 라벨을 업데이트 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충허가 신청서(sNDA)를 제출한 바 있다.
한편 챔픽스의 경고문 철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돌출경고문구를 삭제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FDA가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