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약개발 경쟁이 치열한 치매 치료에 대한 비약물 치료법도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한지원, 김기웅 교수팀(정신건강의학과)은 지역사회 거주 경도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위한 비약물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다기관 무작위 위약 대조군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인지기능, 정신행동증상 및 환자의 삶의 질에 유의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얻고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했다.
치매를 방치하기 보다는 조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비약물치료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지원, 김기웅 교수팀은 총 64명의 지역사회 거주 경도치매 혹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주 3회, 총 8주간 과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중 32명은 기존 연구의 체계적 고찰 및 메타 분석을 통해 치료 효과가 있다고 판정된 6개의 비약물치료법(인지훈련치료, 인지자극치료, 현실인식훈련, 운동치료, 회상치료, 음악치료)으로 구성된 비약물치료프로그램을, 대조군 32명은 통상적인 인지활동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비약물치료프로그램은 운동치료, 현실인식훈련, 인지훈련치료가 각각 30분씩 실시하고 30분의 휴식시간 후 회상치료, 인지자극치료, 음악치료 중 한 가지 치료를 60분 교육으로 구성했다.
반면, 통상적인 인지활동 모임에 참가한 대조군은 건강 관련 비디오 시청, 비디오 따라 체조하기, 자유로운 대화시간 및 오락 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연구 결과, 비약물치료프로그램은 대조군에 비해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와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로 평가한 전반적 인지기능에서 유의한 호전을 보였으며, 우울 등의 문제행동 또한 호전되고 환자 스스로 느끼는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이정신상태검사에서는 통상적인 인지활동을 한 대조군은 오히려 0.2점 점수가 하락함에 비해, 비약물치료프로그램을 받은 실험군은 0.9점 상승함으로써 비약물치료의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8주라는 다소 짧은 기간이지만 단기간의 수행만으로도 효과가 입증된 바, 비용효과 측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과거 국내에서 정상 노인이나 경도인지장애 혹은 시설에 입소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배정 위약대조군 비교 임상시험은 시행한 바 있지만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경도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군 비교 임상시험으로 비약물치료법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처음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약물치료법의 인지기능, 정신행동증상, 삶의 질에 대한 효과를 검증함으로써,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비약물적 치료법을 병행하는 것이 치매 증상을 경감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기웅 교수는 "치료법의 질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비약물치료프로그램의 장기적 효과에 대한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최근 비약물치료법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바, 보다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근거 수준이 높은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비약물치료프로그램은 현재 중앙치매센터에서 발간한 '반짝활짝 뇌운동'이라는 치료 지침서를 제작해 치매환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및 보건종사자 교육에도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