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등 의료기관의 밴사(VAN사:결제대행업체) 리베이트가 기승을 부리면서 리베이트 쌍벌제급 파장을 예고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4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카드 결재액수가 높은 대학병원이 밴사들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금융감독원의 밴사 리베이트 수사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A대학병원 원무팀장은 얼마 전 밴사로부터 무인 수납기를 공짜로 설치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이후 가슴을 졸이고 있다.
무인수납기는 물론 병원 모바일앱을 무상 또는 할인받는 것도 리베이트로 치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자칫 밴사 리베이트 사례로 적발될 경우 법 벌칙 조항에 따라 해당 병원장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 A대학병원 원무팀장은 지금이라도 계약 파기를 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밴사란,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통신망을 구축해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로 대형 밴사로는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등이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밴사들은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과 계약을 체결할 때 무인수납기 등을 무료로 설치해주는 조건을 내걸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으로 이런 행위가 불법이 됐다.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것을 리베이트로 규정했기 때문.
이와 함께 신용카드 관련 거래를 이유로 부당하게 보상금, 사례금 등 명칭 또는 방식을 불문하고 대가를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도 리베이트로 본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리베이트를 준 밴사 뿐만 아니라 받은 의료기관도 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양측이 동시에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리베이트 쌍벌제와 유사하다.
특히 리베이트 여부가 확인되면 해당 의료기관도 벌칙 조항이 적용되고, 그 대상은 병원 최고 경영권자인 병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 있다.
지난해 법 개정 직후에는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밴사들 내부적으로 자정활동이 활발했다. 하지만 일부 영세한 밴사가 리베이트를 재개하면서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일부 업체가 리베이트 시작하면서 그렇지 않았던 밴사들도 기존 업체를 지키기 위해선 리베이트를 중단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게다가 대학병원은 기관당 결재금액이 높은 만큼 밴사의 주요 고객으로 꼽히는 만큼 리베이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금감원의 리베이트 조사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해 금감원이 밴사 리베이트 조사 결과를 공개, 해당 업체가 처벌을 받은 바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할 부서 관계자는 "밴사 리베이트에 대한 기획조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밴사가 리베이트를 지급한 건에 대해 조사를 실시, 사실이 확인되면 밴사와 함께 리베이트를 받은 가맹점 즉, 해당 의료기관도 벌칙 조항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사 대상이 가맹점이 아닌 밴사를 중심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병원을 타깃으로하는 조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일종의 쌍벌제처럼 양측에 동일하게 벌칙이 적용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