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중국의 의료기기 수요는 한국과 비교해 약 10배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를 비롯해 병의원도 10배 이상 월등히 많다보니 의료기기 품목별로 곱하기 10을 하면 해당 품목의 대략적인 시장규모가 도출된다.
하지만 이례적인 예외도 있다.
응급상황에서 환자 심폐소생을 돕는 ‘자동제세동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AED)가 그렇다.
인구 13억 중국과 5100만명 한국은 AED 보급대수가 약 5만대로 비슷하다.
이는 중국에서 AED 설치 의무화가 시행 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8년 6월 응급의료법 개정으로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AED 설치 의무화가 시행된 반면 중국은 아직 입법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은 2년 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AED 설치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한국·일본이 그랬듯 설치가 의무화되면 중국의 AED 수요 역시 급증할 전망이다.
국내 AED업체 ‘라디안’(RADIAN)이 지난해 12월 중국법인을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디안 중국법인 진중완 총경리(법인장)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메디슨 영업본부장을 거쳐 2011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중국법인 총경리를 역임한 ‘중국통’으로 불린다.
제77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2017) 현장에서 만난 그는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은 중국 진출 시 독자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전문성이 부족한 채 현지 합작회사나 대리상 등 파트너에 의존하다보니 성과가 미비하거나 실패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또 “앞서 중국시장 공략에 나선 한국 AED업체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라디안은 시장규모만을 보고 진출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한국 업체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전략을 수립했다.
핵심은 중국 파트너를 활용한 현지화와 중국법인의 독자적인 네트워크사업을 동시에 병행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
진중완 총경리는 “중국시장은 거대하고 다양하다. 현지 파트너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 없다”며 “중국법인을 통한 독자적인 사업을 펼쳐야 만에 하나 파트너에 문제가 생겨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AED업체 가운데 후발주자에 속하는 라디안은 투트랙 전략을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중국 AED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라디안은 지난해 11월 중국 ‘커메이스’(CMICS)社와 700만 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파트너 커메이스는 중국 의료기기 최대 국영기업인 중국 국약그룹이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2015년 민간자본이 투입돼 현재 민영화가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중국 내 브랜드 ‘동강’(東江·DONGJIANG)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라디안은 AED 모듈형태 부품을 커메이스에 공급하고 CFDA에 ‘Made in China’ 제품으로 인증 받아 중국 전역에 판매하는 방식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2년 이상 걸리는 CFDA 인증기간을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 총경리는 “AED는 3등급 의료기기로 동물임상실험 등 여러 인증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인허가 획득은 빠르면 좋겠지만 공격적으로 서두르면 자칫 사업계획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보수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그 시점을 내년 말로 내다봤다.
덧붙여 “매년 2000대씩 총 5년간 1만대에 달하는 AED가 커메이스 공장 심전도 라인에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라디안은 중국에서 조립 생산된 AED 제품에 대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라디안 중국법인과 커메이스가 지역을 분할해 공동 판매하는 투트랙 영업방식을 협의서에서 명문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중국의 AED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위생부는 2018년부터 대도시를 시작으로 공공시설에 AED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률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현재 5만대에 불과한 AED 보급대수는 2020년 100만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보건소 구급차 행정기관 군부대 공안 학교 터미널 철도 항만 공항 아파트 등 공공기관과 다중이용시설까지 AED 설치가 확대되면 그 수요조차 예측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진중완 총경리는 “중국은 2년 내 AED 의무설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관련 법률이 시행되면 한국과 일본이 그랬듯 중국 또한 AED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연간 시장규모가 몇 십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더불어 “설치 의무화로 중국 AED시장이 열리면 다국적기업 필립스(PHILIPS)와 중국 로컬기업 마인드레이(mindray) 등 많은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로컬업체들의 경우 AED 핵심기술은 없지만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제품으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돼 그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디안이 커메이스를 통한 철저한 현지화와 중국법인의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트랙 전략을 펼쳐 중국 AED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