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처럼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과이며 임상에서의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두 개의 과는 맞닿는 면이 있다. 그래서 비슷한 듯 다른 두 과의 특성들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일단 병리과에서는 조직을 육안으로 관찰하거나 슬라이드로 제작하여 판독에 활용하는 반면, 진단검사의학과에서는 혈액이나 소변 등을 채취하여 혈청 화학검사나 유전자 검사에 이용한다.
그만큼 병리과에 비해 여러 종류의 장비들이 필요하다. 진단검사의학과 의사 외에도 근무하는 인력이 엄청 많았고, 각자 여러 서브파트들로 나뉘어 할당된 업무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이렇게 대부분의 작업을 다른 인력들과 기계들이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과연 ‘진단검사의학과 의사의 업무는 무엇인가’였다.
그래서 첫 오리엔테이션 때 이에 대한 질문을 교수님께 했고, 그에 대한 자세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일단 진단검사파트에서는 기계가 하는 일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계도 간혹 실수를 할 수 있어 결과에 오류가 없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사람보다 정확하고 빠른 분석과 처리를 해낼 수 있지만 그 능력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365일 매년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류가 생기는 경우 진단과 치료 방안 설정에 있어 잘못된 길로 인도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병원 내 엄청난 혼란과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따라서 늘 이 기계들이 평소처럼 오차없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내는지 확인하고 제어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진단검사의학과 의사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업무를 질 관리라고 칭한다 하셨다.
또한 혈액이나 소변 등 여러 검체들을 이용해 결과를 분석하다보면 대부분은 정상 수치 범위 내에 들어오지만 간혹 비정상 수치에 해당하는 검체가 발견되는데, 이 경우는 기계가 비정상으로 분류를 따로 하게 되고 해당 검체들을 대상으로 진단검사 의학 의사들이 직접 면밀히 확인하여 어떤 이상이 있는지를 체크한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관리자의 역할이 필요하고 또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진단검사의학 의사는 병원 외에 일반 제약회사나 혈액은행에서도 근무할 수가 있는데, 예를 들어 수혈을 위해서는 crossmatching과 같은 검체 확인 결과가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여러모로 필요한 분야인 것 같았다.
사실 필자도 의학을 공부하고 이 분야에 들어오기 전에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의사 외에는 별다른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상상 이상으로 의사의 역할과 영역이 광범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들은 환자를 보는 다른 임상 의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고, 이 때 검사결과에 대한 질 관리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게 느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했던 많은 우려가 AI가 도입될 경우 진단검사의학과의 영역이 크게 침범 받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전공에 관심이 있어도 지원해도 될까 하는 우려가 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만큼 기계가 이미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충분히 대체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현재도 이미 기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이고 AI 역시도 기계의 하나이기 때문에 기계가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의사가 꼭 관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여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