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특히 운동선수가 큰 사고를 당해서 재기를 꿈꾸는 경우 자주 듣는 용어이다.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매진해 왔는데 다치는 순간 노력으로 이루어낸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있을 미래를 위한 꿈이 통째로 무너져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곧바로 수술을 통해 재건을 꾀하지만 보통 수술만으로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사고를 당하여 신체기능이 손상된 대부분의 환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재활치료를 받는다.
보통 정상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신체활동들이 그들에게는 넘어야 할 산처럼 크게 느껴질 것이다.
옷을 입고, 세수를 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들이 원래 본연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꼭 해내야 하는 과제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활의학에서는 환자의 이런 일상생활의 기능들을 평가하는 지표를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고도의 신체기능보다는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서 독립적인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활의학의 일차적이고 주된 목표이다.
생각보다 우리 신체는 고도로 복잡하고 정교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미세한 손상이 큰 기능적 결함을 야기할 수 있기에 외상 등으로 인한 한 순간의 사고나 실수가 개인에게 큰 아픔과 고통을 주는 시련을 낳는다.
재활은 수술적 기법은 이용하지 않고 통증 조절 및 신체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단기적 치료보다는 장기 입원을 하거나 오랜 통원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환자와의 유대감을 유지하고 지지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만큼 환자도 주치의를 믿고 힘들고 긴 치료를 견뎌주는 것이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재활의학 실습을 돌면서 크게 통증, 뇌졸중, 척추신경 파트로 나뉘어 살펴 보았는데 외래 환자수도 많고 입원 환자 수도 많아서 정말 다양한 환자군이 재활의학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다.
통증 환자들은 주로 TPI 치료를 받았는데, 단순히 약물을 주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니들링(needling)을 통해 tautband를 자극하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주사를 놓을 때 여러 번 주변부를 자극하며 찌르는 기법이 신기했다.
물론 통증은 한 번 TPI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고통을 덜어주고 장기적으로 조절을 해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환자로부터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얻기엔 어려운 영역일 수 있다.
그러나 의사의 역할이라는 것이 꼭 ‘완치’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그 정도를 조절해주는 ‘care’ 자체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원 환자 중에는 뇌졸중인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젊은 나이 임에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신체 기능을 상실하여 차근차근 재활의 단계를 밟고 있는 환자들도 많았다.
재활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신체기능의 회복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라 보였다.
그들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보통의 날들을 보냈을 텐데 하루 아침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환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환자들 중에는 정신과적인 치료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일주일 간의 짧은 실습 일정이었지만 반드시 수술적 치료, 약물적 치료부터 우선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의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장기적으로 환자들의 목표를 함께 세우고 지켜보며 친구로서, 동반자로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재활의학과 의사로서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