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날까?
대한약사회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회장 불신임안이 등장했지만 반쪽짜리로 끝났다.
불신임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대신 대의원들은 조 회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절차도 밟기로 했다.
임기 도중 불명예 사퇴 위기까지 몰렸던 조찬휘 회장은 결과가 나오자 입장이 돌변했다.
약사회는 18일 약사회관에서 2017년도 제2차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조찬휘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비롯해 회장 사퇴권고,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 관한 건 등을 상정했다.
조찬휘 회장이 불신임 상황까지 가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회관 신축 결정도 전에 상가 운영권을 거래하고 가계약금으로 1억원을 받은 부분과 2014년 약사회 연수교육비 직원 격려금과 실지급액에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모두 금전적으로 불투명한 부분을 짚고 있다.
"정관 하나 어겼을 뿐인데" vs "사퇴하라" 찬반 팽팽
임시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진퇴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지부 대의원은 "단체를 운영하다보면 회계처리가 힘든 부분이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런 부분들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 돼 왔다. 지난 집행부까지 함께 죄를 물어야 하는데 꼬리자르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조 회장을 두둔했다.
부산지부 대의원도 "회무를 집행하다 보면 공과 과가 잇을 수 있다"며 "공은 전부 무시하고 과만 갖고 섣부른 판단을 하면 이 또한 과가 될 것이다. 약사회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너무 강해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겠다는 과욕이 부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조찬휘 회장의 불신임과 사퇴를 요구하는 대의원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또다른 서울 대의원은 "내부 고발이 없었다면 묻혀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나갔을 것"이라며 "7만 약사 수장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정관과 규정을 준수해 투명한 회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반 규정을 무시하고 독단적 회무, 일탈행위 때문에 전국 분회장들이 퇴진을 요구한 것"이라며 "관행처럼 행해진 폐습, 적폐를 청산하고 깨끗한 약사회, 회원을 위한 약사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지부 대의원도 "조찬휘 회장 사퇴만이 약사회에 대한 회원의 무너진 신뢰를 다독이는 것"이라며 "사퇴가 오히려 조 회장의 불먕예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조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찬반 토론이 끝난 후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다.
회장 불신임 안건은 재적대의원 3분의2 이상이 참석해 찬성표까지 던져야 의결할 수 있다. 즉 약사회 대의원 총 397명 중 3분의2에 해당하는 265명의 찬성이 있어야 회장 불신임안이 통과한다.
반면, 회장 사퇴권고와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안은 임시총회 출석 대의원의 과반수 이상만 찬성하면 된다. 즉 임총에 참석한 대의원 301명의 절반만 찬성표를 던지면 된다.
투표 결과 불신임 안건은 찬성 180표, 반대 119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찬성표가 3분의 2에는 못미쳤지만 과반수가 넘은 숫자다.
참석 대의원 절반만 찬성하면 되는 회장 사퇴권고,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안건은 각각 찬성표가 191표, 170표로 통과했다.
큰절까지 한 조 회장, 불신임 면하자 '돌변'
불신임을 면한 조찬휘 회장은 투표 전과 후 태도가 돌변했다. 투표 전에는 불신임만 시키지 말아달라고 읍소했다. "용서해 달라, 엎드려 사죄한다며" 큰절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투표에 앞서 조 회장은 "약사회 역사에서 이대로 치욕스러운 회장으로 남고 싶지 않다. 개인의 인생뿐 아니라 30여년 회무 생활 전체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이라며 "제 자신을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후회를 거듭한다. 후회막심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잘못이 있으면 응당 책임과 더불어 벌도 달게 받겠다"며 "잘못들 가운데 (저를) 가엽게 여기는 대목이라도 살펴봐주길 바란다. 처와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남편와 애비로 남고 싶지 않다"며 감정에 호소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머리숙여 깊이 사죄합니다"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가 나오자 사퇴생각이 없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며 사퇴권고안과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안건에 대해서는 법적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겠다고 했다.
약사회 집행부는 투표 결과가 나오자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자리를 떴다.
조 회장은 "불신임안을 부결해줘 감사하다"며 "사퇴권고안과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안건이 임시총회 안건으로 나올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니 유무죄가 밝혀지면 거기에 따라 행동을 말 하겠다"며 "저는 정당하다. 변호사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아무리 죄인취급 받는 회장이라도 회장이 발언 하는데 예의를 지켜 달라. 나도 얘기좀 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임총 막바지 조 회장의 태도를 본 대의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강원도 대의원도 "조 회장의 사과 방식에 깜짝 놀랐다"며 "자문위원을 만나서, 언론을 통해 대의원총회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정중히 사과하고 본인의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데 조 회장은 정서상으로 대의원을 무시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대의원도 "법 위반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고 임총에서는 정관을 위배했냐를 보는 것"이라며 "조 회장도 스스로 정관을 위배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투표가 끝났다고 당당하게 말하나"라고 반문하며 "본인이 한 일에 대해 부끄러움도 없고, 참회도 없고, 불신임 안됐으니 흔들라면 흔들어보라는 태도는 적절치 않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