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의료계의 큰 반발을 가져왔던 명찰법이 시행된지 두달여가 지나면서 초기에 일었던 극한 갈등이 사실상 소멸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 또한 단속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일선 의료기관들도 각자의 상황에 맞춰 준비를 끝내면서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A종합병원 병원장은 "명찰법이 예고된 순간부터 나를 비롯해 병원 식구들 모두 반발이 거셌지만 결국 명찰 변경을 마쳤다"며 "초반에는 거부감이 컸던 일부 직원들도 지금은 모두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결국 또 이렇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것 아니겠냐"며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해프닝은 없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부에서는 명찰을 변경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여전히 준비를 하지 않은 곳도 많다. 하지만 이들 또한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
B내과의원 원장은 "간호조무사들의 반발이 워낙 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버티고 있다"며 "설사 단속이 나온다 해도 시정명령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시정명령이 나온 뒤에는 반발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다들 수용하지 않겠나 싶다"며 "지금으로서는 굳이 명찰을 바꿔 내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정부 또한 의료계의 극한 반발을 의식한 듯 별다른 단속이나 시정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갈등의 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 두달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단속이나 시정명령을 받은 곳이 나오지는 않고 있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에 충분히 전달했고 정부 또한 단속이 아닌 계도에 의미라는 것을 분명하게 했다"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합동 단속 등을 진행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혹여 피해를 보는 회원들이 있을까 여러 방면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대부분 기관들도 이미 명찰 변경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의 단속 의지와 의료계의 반발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그라들면서 한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명찰법은 찻잔속 태풍으로 사그라 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의료기관도, 환자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문화된 정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C개원의사회 회장은 "명찰법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자존심에 대한 문제였던 만큼 정부도 굳이 의료계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낼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또한 환자들도 굳이 이에 대한 요구가 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국 법은 있되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상황이 될 듯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