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 1200병상 규모로 새병원 건립을 추진 중인 을지재단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파업에 돌입, 병원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대전 을지병원만 파업에 나섰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서울 을지병원 지부까지 파업에 동참,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파업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파업 이틀째인 지난 11일 보건의료노조 을지병원지부 측에 따르면 대전 병원의 경우 전체 입원 환자 약 460명 중 80여명이 감소, 300여명까지 줄었다.
대전 을지병원지부 관계자는 "11일 현재 한개 병동 운영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연쇄적으로 병동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을지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외래는 기존 예약환자에 한해 진행하고 수술 상당수는 취소된 상태로 병상가동률은 50% 이하로 급감한 상태다.
외래에서도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워지면서 환자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을지병원 서울지부 관계자는 "현재 간부급인 수간호사 1~2명이 병동환자 40여명을 커버하고 있다"면서 "어제 저녁에 출근해 오늘 저녁까지도 퇴근을 못하고 살인적인 업무 강도를 감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남은 의료인력이 혹사당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노사간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원 측은 "노조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병원 측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을지병원 노조 한 관계자는 "지난해 파업 이후로도 변화된 게 없다는 점에서 노조원들의 분노가 높다"면서 "이번 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번 노사간 최대 쟁점은 임금인상. 병원 측은 지난해 노동위원회가 권고안으로 제시한 5%인상을 고수하는 한편 노조 측은 타 병원과의 임금 격차분을 해소하려면 5%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임금인상분 5%는 사립대병원 평균 임금인상률 3.5%에 호봉 자연상승분 1.5%를 합친 수치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
을지병원 노조 한 관계자는 "정확히 말하면 최대쟁점이 임금인상이라기 보다는 수당신설"이라면서 "명절수당, 근속수당, 식대 등 각종 수당을 현실에 맞게 신설해주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병원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교섭이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을지병원의 식대 수당은 4만 3천원으로 타 병원 10만원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
노조는 이를 10만원까지 상향조정할 것을 제안했지만 사측은 2년에 걸쳐 5만 7천원을 보전하겠다는 안을 제시, 교섭이 성사되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측 관계자는 "앞서 파업에 대비해 병상가동률을 조정하는 등 환자 피해를 최소화해왔다"라면서 "그럼에도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