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한국 등은 각국에 등재된 제약사 특허 분쟁에 대해 어떤 판단 기준을 갖고 있을까.
최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미국, 유럽 및 일본에서와 같이 용법, 용량 발명에 대한 특허성을 인정해 지재권분야 주요 국가들과 유사한 판단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의약품 해외특허 판례 분석집'을 통해 해외, 국내의 의약품 특허 요건의 판단 기준과 바뀐 경향을 짚었다.
의약품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후 2년 여 동안 2000건 이상의 특허 심판이 제기됐으며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및 대법원에서 의약품 특허에 대한 특허요건을 판단하는 입장이 크게 변하고 있다.
기존 국내에서는 용법, 용량 발명에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의약선진국 사례처럼 용법, 용량 발명에 대한 특허성을 인정하며 해외 주요국들과 동조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의약품 특허의 특허권자가 대부분 외국제약사인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의약품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해외 판례 및 분쟁 상황에 대한 철저한 검토 및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30 종류의 의약품 성분에 대해 35건의 해외 판례를 조사, 분석했다.
국가별 판례 건수는 미국 12건, 유럽 20건, 및 일본 3건이었으며 항소심에 계류중인 사건이 일부 존재했다.
30 종류의 성분중 국내 등재 특허와 관련된 것은 26건이었으며 사건 분류별로는 35건 중에 침해사건 10건, 무효사건 23건, 등록거절 사건 1건, 존속기간 연장등록 사건 1건으로 확인됐다.
무효사건 23건 중 10건은 인용돼 특허가 등록무효됐고, 13건은 기각됐다. 등록 무효율은 약 43%다.
침해사건과 무효사건을 종합해 특허가 무효인 것으로 판결된 14건 중 무효사유를 분석해 본 결과 신규성 위반 2건, 진보성 위반 8건, 명세서 기재불비 4건으로 진보성 위반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외국과 국내 판례를 비교하면 먼저 화합물 발명의 진보성 판단 기준의 경우 국내는 화합물의 화학 구조 및 화합물이 가지는 특유의 효과의 두 가지 특성에 의해 화합물의 진보성을 판단한다.
이와 관련 특허법원은 2008년 "화학구조가 유사한 공지 화학물질로부터 예측 가능한 성질을 갖는 화학물질이라도 그 성질의 정도가 현저히 우수한 화학물질의 발명인 경우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발명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진보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나,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미국은 공지된 기존 화합물의 성질을 고려해 적합한 선도화합물을 선정한 후 화학구조 변경의 용이성 및 효과를 고려해 진보성을 판단한다.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 판단의 경우 2011년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행발명에 공지된 화합물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에 한해 그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공지된 화합물에 대비해 이질적이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어야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유럽의 경우 소라페닙 토실레이트 결정형의 기계적 응력에 대한 안정성 효과는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문헌으로부터 예상할 수 없는 효과로 인정했고, 에스시탈로프람 결정형에서는 제형화의 편리성 및 용융성 결합제로서의 기능을 기존 화합물과 비교해 예측할 수 없었던 효과로 인정해 진보성을 구비한 것으로 판단했다.
용법용량 발명의 진보성의 경우 국내는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이라는 새로운 의약용도가 부가돼 신규성과 진보성 등 특허요건을 갖춘 의약에 대해서는 새롭게 특허권이 부여될 수 있다고 봐 용법, 용량발명을 특허의 구성요건으로 인정했다.
이후 특허법원은 특허발명의 용법, 용량으로 인한 효과가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한 경우거나 선행문헌으로부터 예측할 수 없던 경우 용법, 용량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의 전원합의체 판례와 마찬가지로 유럽과 일본 역시 투여용법을 특허의 구성요소로 인정한다.
의약품용도발명의 명세서 기재요건과 관련해 국내는 명세서에 약리효과의 명확한 기재를 요구하며 이를 추후 보완하는 보정은 요지변경으로 판단한다.
유럽 판례 또한 의약용도 발명의 청구항이 명세서 기재요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발명의 대상이 치료적 목적의 의약품으로 제조되는 것이 적합한지가 명세서에 기재돼야 하며, 명세서에 약리효과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 추후 자료제출을 통해 이를 보충할 수 없다고 판시해 국내와 동일한 기준을 제시했다.
다음은 존속기간 연장 특허의 권리범위다.
존속기간 연장 특허권의 효력과 관련해 최근 국내 심판원 및 특허법원은 새로운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되는 후발의약품(염변경 의약품 등)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식약처는 "미국 및 유럽 등과 비교해 국내에서 의약품 분야의 진보성 판단 기준 및 명세서 기재요건 등의 특허요건이 다소 엄격한 편이었지만 최근 특허요건을 완화해 세계화 추세에 맞춰나가고 있다"며 "이는 용법, 용량발명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 범위를 미국 및 유럽과 비교해 좁게, 일본과 유사하게 판단함으로써 향후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 범위에 속하지 않는 개량신약 개발을 통해 조기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