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서울대병원의 순혈주의는 여전했다.
특히 의사 채용과정에서 각과 진료과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지난 15일 감사원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진료교수, 임상교수 등 의사직 채용 절차 및 방식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미흡하다며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병원의 경우 '계약직 의사 운용규정'에 따라 계약직 의사는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인력수급상 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특별채용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진료교수 및 진료의 운영규정'을 통해 진료교수는 해당 진료과장의 추천을 받아 진료교수 및 진료 전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채용하는 식으로 운영 중이다.
해당 과에서 채용공고를 하지 않은 채 진료과장의 추천을 첨부한 단수 추천자를 선정해 채용 심의를 요청하다보니 채용과정에서 진료과장의 영향력이 필요이상 작용한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진료교수 채용승인 총 102건 중 불승인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으며 전형위원회 회의도 102건 중 97건이 서면으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진료교수 채용에서 진료과장 개인의 추천 여부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서울의대 학부과정을 거치지 못했거나 서울대병원 및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및 임상강사 과정을 거치지 못한 타 대학출신 의사는 진료교수 채용과정에서 공정한 응시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파악한 지난 3년간(2014년~2016년)의 진료교수 출신학교 및 병원을 살펴보면 총 341명 중 서울의대 출신은 199명에 달했으며 서울의대 출신이거나 서울대병원 전공의 출신은 220명이었다.
또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전공의, 서울대병원 임상강사 출신까지 합치면 276명에 달해 전체 진료교수의 약 80.9%가 서울의대 및 서울대병원 출신이었다.
이는 그나마 2015년도 UAE왕립칼리파병원 인력 충원으로 타 병원 출신의사 채용이 증가함에 따라 낮아진 것으로 지난 2014년도의 경우 진료교수의 90.5%가 서울대 관련 출신이었다.
또한 감사원은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임상강사 채용에서 해당 진료과장의 추천서를 필수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진료과장의 추천서를 필수 제출서류로 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측은 "진료교수 및 임상강사 필수 제출서류도 추천서를 제외하는 등 채용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일부 의료진들은 "이는 서울대병원 이외에도 대형 대학병원 상당수가 동일한 방식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서울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실적인 한계에 따른 것인데 이를 순혈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한 의료진은 "서울대병원 등 대형 대학병원에 의료인력이 몰려있다보니 진료교수 채용도 내부에서 진행되는 경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말했다.
그는 이어 "다수의 대학병원도 해당 의대 및 병원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