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오는 30일 원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본부에서 퇴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이사장으로서의 업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성상철 이사장의 경우 그가 거친 의료계에서의 다양한 경력으로 인해 취임 당시 시민단체와 건보노조로의 상당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성 이사장은 서울의대를 졸업한 정형외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대한병원협회장 등을 지낸 의료계 원로다.
실제로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많은 시민단체들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꼴', '전경련 회장이 노총 회장을 맡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의료인 경영자 출신의 건보공단 이사장 취임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로 인해 성 이사장은 취임식 당시 대강당을 가로막아 선 건보노조로 인해 회의실에서 기습취임식을 한데 이어 출근 첫 날부터 문전박대 당하는 등 건보노조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취임 후 성 이사장은 강력한 추진력과 책임감으로 정책을 펼쳐 나갔다. 임기 동안 건강보험의 숙제로 남아있던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시행, 또는 시행을 확정 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다.
특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표심을 의식해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다가는 아무 것도 못한다"며 박근혜 정부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성 이사장은 의약단체와의 수가협상 상견례 자리에서 "지난 3월 건보공단의 소원으로 여겨졌던 부과체계 개편이 확정되면서 내년 7월 발효되게 됐다"며 "어려운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공정성과 형평성을 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또한 성 이사장은 건보공단 내부 직원들에게도 임기 동안 세심한 배려를 펼쳤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건보공단의 한 직원은 "성 이사장은 신입직원 혹은 승진하는 직원들에게 진행되는 워크숍에 빠짐없이 참석했다"며 "직원들에게 하는 교육이 가장 즐겁다는 말을 많이 할 정도로 내부직원들과의 스킨쉽을 적극적이었다. 이로 인해 의료인 경영자 출신 등의 이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게" 소신 지켰던 성 이사장
성 이사장의 대표적인 소신 행보로 회자되는 것은 바로 고(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발언이었다.
2016년 국정감사 당시 성 이사장은 "언론의 보도, 여러 가지 객관적인 상황을 비춰 볼 때 외인사로 판단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을 내놓은 것.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에 대해 성 이사장은 주위에 "의료계 후배들이 보고 있기에 떳떳해야 했다"고 밝혔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계에도 성 이사장은 작심하고 비판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새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반대하는 의료계를 향해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 근거를 가지고 재정에 대한 추계를 해야 한다"며 "의사로서 생활해왔는데 (의료계는) 공부를 해서 이유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 같은 소신 있는 성 이사장의 행보에 큰 호평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해 당시 상식적으로 외인사라고 답변했다"며 "상식적 답변이었지만 성 이사장에 존경심 가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 이사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성 이사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인물이지만 그 동안 보여준 소신 행보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며 "건보공단 이사장 퇴임 후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을 보면 건보공단 이사장으로서 퇴임 후 이 정부에서도 충분한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겠냐"고 호평했다.
한편, 성 이사장의 뒤를 이을 건보공단 새 이사장에 김용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최근 김용익 전 의원과 건보공단 내부인사 등 2명을 새 이사장 후보로 보건복지부에 추천했다. 복지부는 최종 후보 1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