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대한의료기기자문유한회사’
중국 강소성 염성시 염성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중국현지화진출지원센터’(www.kmd-china.com) 공식 명칭이다.
중국 내 법인 설립 요건에 맞춰 지어진 이 법인명은 한국적인 색채를 최대한 배제했다.
사드(THAAD)로 촉발된 반한(反韓) 감정은 물론 자국 의료기기 사용 확대로 수입 의료기기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는 중국에서 ‘Made For China·Made with China’ 전략으로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의 현지 진출 지원을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수입 의료기기는 날로 높아지는 CFDA 인허가 심사비와 까다로운 절차는 물론 인허가 심사 불평등으로 인해 중국시장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풍부한 의료기기 수요와 민간병원 확대 등 높은 시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이 중국시장 진출을 점차 꺼리는 이유다.
중국현지화진출지원센터 김세훈 센터장 역시 “과거에 비해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의 중국 의료기기시장 진출이 까다로워지고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현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이 포기하기엔 아까운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중국시장 진출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보다 잠재적인 의료기기 수요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중국 강소성·산둥성은 인구가 각각 8000만명·1억3000명이 넘는다. 중국 성(省) 한 곳이 한국보다 인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의료기기업체가 중국 한 지역에서만 성공하더라도 동남아·남미·동유럽 등 몇 개국 수출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 “중국은 아직 지역별 개발 편차가 크다”며 “정부 주도로 개발이 낙후된 지역이 발전되면 의료 인프라가 확대되고 의료기기 수요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인구 대비 풍부한 의료기기 수요는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에게 잠재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자국산 의료기기 사용 확대 정책에 따라 해외에서 생산된 수입 의료기기를 노골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것.
앞서 중국은 2009년 공공시장에서 자국제품 보호(Buy China) 규정을 발표한데 이어 ‘장비제조업 조정 및 진흥계획’에 따라 자국 의료기기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7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자국산 의료기기 사용 확대 정책은 수입 의료기기에 대한 중국 CFDA의 과도한 시험검사비용 및 심사기간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김세훈 센터장은 이러한 진입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아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Made In China’로 제품을 생산하고 자국 의료기기와 동일한 조건으로 인허가를 받는 등 중국산 의료기기로 인정받아 수입 의료기기 장벽을 회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0년 5월 발표된 중국 ‘정부조달국내제품관리방법’에서는 국내 제품 정의를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며, 현지 생산비용 비율이 50%를 넘는 최종 제품”으로 규정했다.
그는 특히 “한국 의료기기업체가 중국에서 법인을 설립해 개별적으로 현지 진출을 하기보다는 공동 진출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중국현지화진출지원센터는 염성경제기술개발구에 생산 공장을 짓고 공동 진출한 한국 업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센터는 중국 의료기기시장 및 정책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기기 품질관리·인허가·기술문서·세무회계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또 현지 컨설팅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한국 입주업체들의 현지 법인 설립과 의료기기기제조허가 획득을 지원한다.
이밖에 중국 위생계획위원회·의료기관 단체 등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업체들의 제품 홍보와 판로 개척 역할도 수행한다.
국가급 염성경제기술개발구 또한 중국현지화진출지원센터를 통해 입주하는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3년간 공장 임대료를 면제해주고, 업체당 1회에 한해 1·2·3등급 의료기기 인허가 획득 시 각각 10만·50만·100만위엔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인허가 획득 후 판매활동이 시작되면 3년 간 매년 20만위엔의 전시회 부스비용을 지원한다.
더불어 한국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에게는 기숙사를 무료 제공하고 생산 공장 변압기 설치 시 40만위엔 한도 내에서 설치비용을 보조해준다.
다만 입주업체는 부도 등 특별한 이유 없이 10년 내 개발구에서 나갈 경우 그간 지원받은 지원금을 환급해야 한다.
한편, 김세훈 센터장은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이 중국시장 진출 시 동부·중부연안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지역 발전이 덜 된 서부지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 중앙정부는 서부지역 대규모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들 지역의 도시 개발이 진행돼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의료기관 건립이 활발해지고 그만큼 의료기기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염성경제기술개발구에 한국 업체들의 입주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중국현지화진출지원센터 지사를 서부지역에 두는 방안도 시장 개척과 선점을 위해 고려해볼만하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