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산업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이 항상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국산 의료기기는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다른 나라 제품이나 아이디어는 흔히 접할 수 있으나 정작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는 의료기기분야는 무엇인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은 ‘체외진단산업’이 가장 경쟁력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인들은 쉽사리 동의하지 못한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이 접목된 첨단 융·복합 의료기기가 체외진단제품보다는 더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체외진단제품은 왜 경쟁력이 있는지 환경적인 요인을 살펴보자.
4차 산업혁명은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개인맞춤형이 가능해 짐에 따라 이제 나만의 진단과 처방이 주를 이루게 됐다.
또 과학기술 발달은 시공간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에 상시적으로 필요한 샘플을 쉽게 채취 할 수 있는 기술과 방법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센서가 장착된 칫솔로 양치를 하면 상피세포나 구강 균 변화를 감지한다.
출근 후에도 점심시간 양치를 통해 활동에 따른 운동량을 감시하고 체액 변화에 따른 몸 상태를 특정한다.
집에 돌아와서도 잠자기 전 양치를 통해 운동 부하와 휴식 상태의 생체 신호를 분석할 수 있다.
더욱이 주기적으로 분석이 필요한 혈당 등은 아예 센서를 체내 삽입 후 실시간 수치를 검사하는 제품도 출시됐다.
이러한 센서와 장비들은 실시간 검사결과를 산출해 보다 정확한 처방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개인 맞춤형 진료와 진단결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검사 접점에 가장 필요한 것이 체외진단제품이다.
체액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는 센서와 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 등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체외진단산업은 상당한 발전가능성을 갖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에서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험 제품은 시장도 크고 높은 이득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개발비용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에 오랜 기간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반면 체외진단은 인체에서 유래되는 물질을 검사하기 때문에 시장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대부분 선진국들이 의료기기와 별도 규정을 갖고 체외진단 제품을 관리하고 있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체외진단 제품 개발을 위한 이공계와 생물학분야 우수인력이 풍부하다.
체외진단 제품은 특성상 다양한 학문분야 고학력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한국에 유리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은 기존 가치 파괴로 인한 구매력·정보력에 대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의사가 써준 처방전이나 의료기록을 일반인들은 이해조차 못하던 시대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고 그 결과와 따른 치료 제안과 처방을 받아 볼 수 있게 됐다.
또 검사실에서 수행하던 각종 검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한 편익은 소비자 선택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체외진단시장 전망 또한 밝다.
물론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우선 체외진단기기를 관리하는 독립법조차 없다는 점이다.
몇 년째 체외진단업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체외진단제품 연구개발에 필요한 시료 사용을 제한하고 폐기되는 혈액원 시료조차 활용할 수 없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체외진단산업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방안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