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알츠하이머병 글로벌 임상시험 준비에 돌입한 젬백스앤카엘(젬백스)이 국내의 임상 규제 환경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부가 2029년까지 치매연구개발사업비에 1조 1054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치매 치료제 개발에 보다 중요한 관건은 중증도 이상의 치매 환자를 임상 환자로 등록, 연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에 달렸다는 것.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치매연구개발사업 공청회에 패널로 나선 송형곤 젬백스 대표를 만나 치매연구개발사업 기획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부의 치매연구개발사업 초안은 2029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치매 극복 기술 개발을 목표로 ▲원인 규명 및 예방 ▲혁신형 진단 ▲맞춤형 치료 ▲체감형 돌봄 ▲인프라 구축 각 분야에 2000억원 규모의 마중물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다.
원인 규명 및 예방 분야 세부 사업은 595개 과제에 걸쳐 2091억원을 투자하고 혁신형 진단 기술 세부사업에 288개 과제, 2109억원, 맞춤형 치료 기술에 407개 과제 2123억원, 체감형 돌봄 기술에 233개 과제 1931억원, 치매 인프라 구축에 30개 과제 2000억원을 설정됐다.
문제는 총 사업비 1조 1054억원이 5개 항목에 걸쳐 평균 2000억원의 사업비를 할당받으면서 기계적인 형평성을 우선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 게다가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는 임상 규제 완화와 같은 핵심 요소가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형곤 젬백스 대표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 관건은 임상 환자를 등록,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달렸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송 대표는 "최근 2년간 치매 진료 환자수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이나 병원급에 치매 환자의 69%가 몰려 있다"며 "반면 임상시험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의 환자수는 전체 대비 5.8%에 불과해 임상 진척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를 만들고 의약품의 임상시험 실시에 관한 기준 등을 준용해야 한다"며 "역시 치매 환자가 다수 입원해 있는 요양기관에서는 이런 기준을 충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임상 연구의 진척을 막는 장애물은 주로 치매 환자의 동원에서 비롯된다. 치매 환자의 진단, 연구는 주로 인지능력 검사를 통해 진행하지만 교통편 제공없이 환자를 임상기관까지 대동하는 것부터 난관이라는 것. 원인은 현행 의료법에서 기인한다.
송형곤 대표는 "치매 환자를 앰뷸런스 등 교통편을 제공해 상급종합병원에 모시려고 해도 환자 유인 행위로 할 수가 없다"며 "그렇다고 임상기관 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려고 해도 IRB 구성이 어렵거나 IRB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치매 환자나 뇌질환에 특화된 보바스병원과 임상시험을 진행하려고도 했지만 열거한 비슷한 문제들로 진척이 어려웠다"며 "임상 1상을 통과해 안전성을 입증한 약이라고 한다면 임상 규제 허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임상 2상으로 돌파구…"선진국 모델에 해답"
젬백스는 펩타이드의약품(Aβ, Tau 축적 억제) 'GV1001'으로 2016년 12월 2상을 허가 받고 2017년 9월부터 90명 환자 모집에 돌입했지만 현재까지 12명 모집에 그치고 있다.
송형곤 대표는 규제의 벽에 가로막힌 국내 임상 환경에 미국 모델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송 대표는 "미국은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을 위한 전문 요양시설로 병원과 가정의 중간형태인 너싱홈(Nursing Home) 형태가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까다롭지 않다"며 "희귀난치성과 관련해서는 환자군 데이터 구축도 잘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임상 환경과 달리 미국에서는 임상연구수탁기관의 역할이 기능이 활성화 돼 있어 환자 모집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미국에서의 임상 진척이 국내보다 빠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젬백스는 글로벌 임상수탁기관 파렉셀과 협약을 맺고 임상시험 계획 및 운영, 평가에 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안으로 미국 내 임상시험계획(FDA IND)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송형곤 대표는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와 젬백스의 GV1001를 동물실험에서 비교 임상한 결과가 5월 나온다"며 "미국 임상의 근거 자료로 비교 임상 자료를 제출할 것이다"고 밝혔다.
동물 실험에서는 아리셉트 대비 GV1001의 인지 능력 개선에서의 임상적 효용성, 비교 우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는 바로 임상의 원활한 진척 여부에 달렸다"며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면 그 이후엔 불편한 거동 등 알츠하이머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치매사업 재정 투자는 반갑지만 돈이 아니더라도 제약사의 신약 개발 의지를 북돋아 줄 방법은 많다"며 "제약사를 위한 원활한 임상환경 구축이 치매연구개발사업의 인프라 구축 부문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