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공의 추가 수련과 법 개정을 요구하는 의학회 결정에 전공의들이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서울대병원 비뇨기과 R4)은 5일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임신 전공의 추가 수련과 전공의특별법 개정 여부를 전공의협의회에 던진 의학회 결정은 전문가로서 의견보다 수련병원 사용자로서 의견으로 매우 안타깝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앞서 대한의학회는 지난달 28일 내과 등 26개 전문과목 수련이사 대책회의를 통해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주 40시간 근무 의무화와 관련, 임신 전공의 추가 수련 불가피성과 함께 임신 당사자인 여성 전공의들의 의견을 전제로 전공의특별법 개정 여부를 전공의협의회와 논의한다는 입장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는 뜨거운 감자인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수련 의무화에 따른 추가 수련 불가피성을 전제로 전공의협의회 의지에 맡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안치현 회장은 의학회 결정의 부당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안 회장은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또는 주 80시간 수련 여부를 전공의특별법 개정을 통해 하겠다는 의학회 결정은 초법적 논의로, 전문학회 모두 찬성한 사실에 놀랐다"면서 "법 개정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할 일이며,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결정을 전공의협의회에 넘긴 것도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학회는 어떤 전문의를 육성할 것인가라는 본연의 임무를 토대로 올바른 수련과정의 양과 질을 먼저 고민하고, 추가 수련 여부를 논의하는게 맞다"고 전하고 "근로기준법은 모든 근로자에 적용되는 것이다. 전공의들을 근로와 수련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안치현 회장은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시행은 여성 전공의 입장에서 동료 전공의 업무가중과 눈치보기, 전공의 선발 시 불이익 등 많은 우려를 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사회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의료계의 관행이 수련제도 깊숙이 내재돼 있다"고 꼬집었다.
안 회장은 "근거중심을 강조하는 전문학회가 전공의특별법 개정이 아닌 어떻게 법을 준수할지 후배 의사들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수련병원이 손해를 보더라도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수련에 따른 의사 추가 고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을 수련규칙에 담은 보건복지부의 소신 있는 입장도 주문했다.
안 회장은 "복지부가 사용자인 수련병원과 전문학회에 끌려 다니지 말고,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취지와 배경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치현 회장은 "의학회와 전문학회가 임신 전공의에 국한된 시각을 벗어나 남자 전공의와 여자 전공의 모두에게 올바른 전문의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역량과 기간, 조건이 적합한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의학회 이번 결정은 초법적 견해로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오는 9일 보건복지부와 만나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수련 의무화에 따른 세부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