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을 통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검사법'에 대한 유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혈액내 순환하는 매우 적은 양의 암유전자 조각으로부터 변이를 확인하는 해당 진단법이, 조직생검을 대체할 만큼 아직 기술적으로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최근 암환자들에 침습적인 조직생검을 대신해, 종양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혈장내 유리 DNA(cfDNA)를 이용하는 혈액생검법 활용 방안이 학계 화두로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초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통과한 혈액생검을 통한 EGFR 변이 검사법은,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성료한 제35회 항암치료재단(Chemotherapy Foundation Symposium) 주관 심포지엄에서도, 혈액생검의 유효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또 다시 거론됐다.
혈액종양학회 관계자는 "혈액생검이 조직생검을 모든 암종에서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의 경우 상호보완적인 사용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란 다소 제한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에 있는 극소량의 DNA를 검출해 분석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며, 일단 조직생검과 상호보완적인 사용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는 평가였다. 고형암 중 전립선암에 혈액생검을 사용한 분석 결과가 최근 공개됐는데, 환자 아웃콤을 두고 논란의 소지가 불거진 바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미국병리학회(CAP)가 공동으로 검토한 최신 입장문도 임상종양학회지 3월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며, 이러한 입장의 일부를 드러냈다.
두 학회는 "혈액생검은 종양학자와 병리학자 양쪽 모두에 굉장히 흥미로운 분야지만, 혈장 샘플을 이용하는 ctDNA 분석법에 대한 유효성 검증은 근거기반 접근법으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진행성 암종에서 혈액생검법의 임상적 유용성을 결론내리기엔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정리했다.
이번 혈액생검 리뷰에는 전체 77건의 관련 논문 초록이 비교분석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소세포폐암 혈액생검 논의 활발…진입시 조직생검 대비 우선사용 관측
다만, 혈액생검 논의가 가장 활발한 폐암의 경우엔 "비교적 다른 암종에 비해 혈장내 순환하는 종양 DNA의 양이 많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대한병리학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조직검사가 환자에 침습적인데다 조직 검출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혈액생검이 가진 접근성은 인정해볼 만하다"며 "일단 의심 환자에서 혈액생검을 먼저 실시하고 음성일 경우 조직생검을 후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취약점을 보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생검이 선별검사로 들어오면, 해당 폐암 환자에는 혈액생검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것이다.
한편 해당 토픽은 2016년도 ASCO 본회의에서도 다뤄졌다. 당시 학회는 "통상 T790M 내성변이는 초기 생검에서는 잘 보이지 않다가 치료를 진행하면서 갑자기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내성 환자를 겨냥한 3세대 TKI제제인 오시머티닙이 진입한 상황에서 혈액생검은 유용한 선별검사법"이라고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