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래요. 우리도 말리도 싶고 강력하게 제압하고 싶죠. 헌데 환자잖아요. 거기다 취했고. 그게 권력이 돼요. 그 권력이 공권력보다 세다니까요."
서울의 대학병원에 파견을 나온 경찰관의 말이다. 많으면 하루에도 몇번씩 병원을 오간다는 그는 이 일 때문에라도 부서를 옮기고 싶다는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최근 익산의 응급실에서 벌어진 참혹스런 폭력 사태와 강릉에서 벌어진 망치 난동으로 그 어느때보다 의료인 폭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여론이 모이는 각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에는 의료인 폭력에 대한 강한 처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맞춰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인 단체들도 처벌 강화를 위한 공론화에 열을 올리며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건을 경각심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크게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 분위기가 얼마나 가겠냐는 자조섞인 하소연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론이 들끓는 지금은 경찰 등 공권력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지만 불과 몇 달만 지나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실상 자포자기다.
이렇게 여론이 끓어오르며 입법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왜 이러한 패배의식까지 엿보이는 분위기가 나오는 걸까.
의료인과 경찰 할 것 없이 모두가 '이중적 시선'을 말하고 있다. 공권력에 대한 반감이 높은 시대의 분위기와 의료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바로 그 것이다.
실제로 익산 의사 폭행 사건 동영상을 접한 한 의사는 그가 무기력하게 맞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털어놨다.
만약 그 의사가 폭행을 당하는 중간에 이를 피하기 위해 환자를 밀거나 당겼다면 원인과 결과에 상관없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응급실에서 술취한 환자가 의사를 폭행한 것은 토막 뉴스로 끝날 일이지만 의사가 환자를 밀어 다쳤다면 핵폭탄급 후폭풍이 올 수 있다는 것.
경찰 또한 마찬가지 의견을 내놓는다. 주취자인데다 환자를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제압했다가 부상을 입는다면 감당하지 못할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강력한 공권력 집행과 의료인의 적극적 대응을 말하면서도 막상 현실에 닥쳤을때는 다른 잣대로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공권력(公權力)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갖는 강제적 권한이다. 결국 공권력이 침해를 받는다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의 의료인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수십명의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은 사실상 공공재이며 공권력이 부여돼야 마땅하다. 백번 양보한다 해도 공권력의 최우선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건전하고 선량한 국민들을 위해 그들을 보호하는데는 주저(躊躇)도 사정(事情)도 비난도 없어야 한다. 주취자와 폭력범들에게 마땅히 누려야할 공공의 이익을 양보할 순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