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의료인 폭행 근절을 위한 의료계의 염원이 백일몽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전방위적인 홍보와 동참 호소에도 국민청원 숫자가 크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청와대에 따르면 의료인 폭행 근절을 위해 시작된 국민청원인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에 31일 18시 현재 13만 2523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초 11만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만에 약 2만명이 더 힘을 보탠 것. 전주지역 폭행 사건과 인턴 폭력 행위 등이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전북 전주시에서는 취객이 응급구조사를 발로 차고 간호사의 머리채를 잡는 등의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로 인해 의협을 비롯해 응급구조사협회, 대한간호협회가 공동 성명을 내며 공분하고 있는 상황.
특히 이 사건이 알려진지 몇 시간 되지 않아 구미차병원에서 인턴이 철제 트레이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사건이 CCTV와 함께 공개되면서 더욱 충격을 준 바 있다.
의협이 주도한 국민청원에 간협과 응급구조사협회 등이 합세하면서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보건의료인들의 염원에도 사실상 이번 국민청원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청원에 대한 조치와 브리핑을 위해서는 20만명 이상의 동참이 필요하지만 마감을 하루 앞둔 현재까지 13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주일동안의 노력으로 모은 2만명의 몇 배에 달하는 7만명이 일시에 모이는 기적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해 전남의사회, 대전시의사회 등은 지난 주말 거리로 나가 퍼포먼스와 가두행진을 벌이며 동참을 호소했지만 현재 상황을 뒤짚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따라서 과연 청원 마감을 코앞에 두고 일어난 두 사건이 얼마나 여론을 움직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전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던 응급실 의사 코뼈 골절사고와 같이 CCTV를 통해 참혹한 광경이 그대로 전해졌다는 점에서 폭발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자체는 참혹하지만 역설적으로 하루만에 7만명이 청원에 동참하는 기적을 기대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청원이 마무리되는 시간까지 총력전을 펼쳐 국민청원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설사 청원이 등록되지 않는다 해도 전방위적으로 의료인 폭력 근절을 위한 활동을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의협 관계자는 "아직 청원이 끝난 것이 아닌 만큼 마감시간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인 폭력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호소할 것"이라며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인 폭력 사태에 대한 공론화는 비단 국민청원 뿐만이 아니라 국회 입법과 정부의 제도 변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며 "설사 청원이 등록되지 않는다 해도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의협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