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5년 추적 결과 뇌졸중 등 예방효과 차이없어, 국내 학계 "아스피린 보조적 역할 본질 이해해야"
원종혁 기자
기사입력: 2018-08-29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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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위해 매일 복용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에 무용성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주요 학회들에선 심근경색 등 고위험 환자에선 저용량 아스피린(100mg)의 복용을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실제 예방 혜택에선 물음표가 달린 것이다.
임상 근거를 두고 적잖은 찬반논란이 따르는 주제이지만, 최신 대규모 코호트 분석결과지를 두고 이른바 '아스피린 패러독스'가 또 한 번 불거진 셈이다.
저용량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저울질한 이번 결과지는 최근 유럽심장학회(ESC) 연례 학술회에서 공개되는 동시에 국제학술지인 Lancet에도 게재됐다.
10년전 시작된 해당 ARRIVE 임상에는,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오로지 중등도의 심혈관 고위험군 환자에서의 실제 예방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이목이 쏠렸다.
추적관찰 기간 평균 5년에, 임상 등록 환자수 1만2000여명이라는 규모도 컸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중등도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 장기적인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루 100mg의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심근경색, 뇌졸중, 불안정협심증, 일과성 허혈발작(TIA)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해당 심혈관 질환 발생률은 아스피린 투약군에서 4.29%, 위약군에서 4.48%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임상을 발표한 하바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심장병 전문의 마이클 가지아노(J. Michael Gaziano) 교수팀은 "기대를 모았던 아스피린의 효과가 부족했던 것은 해당 임상 대상 환자가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항고혈압제나 스타틴 치료가 보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어 환자들의 위험도가 낮아진 것으로도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학계 "아스피린 자체 약리기전과 임상경험상 권장 안 할 이유 없어"
아스피린 관련 임상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많이 시행됐다. 당시엔 지금과 달리 협심증이나 일과성 허혈발작 등 환자에선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전략이 일상적인 권고안은 아니었던 상황.
최근 학회 가이드라인들은 고혈압약제나 스타틴 등 치료제를 권고하는데 있어도 개별 환자들이 가진 위험요인까지 충분히 고려할 것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여기서 예방적 아스피린의 사용 또한, 절대적인 옵션으로서가 아니라 보조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 전략으로 추천된다.
미국 및 유럽심장학계, 국내 학계에서도 심근경색 위험이 높거나 과거력을 가진 환자에서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장하는 이유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건강증진센터 센터장)는 "일반적으로 아스피린을 처방받는 환자는 심혈관질환 과거력을 가진 이들이 많다"며 "결국 아스피린을 먹고 있는 인원은 심혈관질환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환자군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아스피린 패러독스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들에서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경우 아스피린이 효과가 없다거나 위험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따른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아스피린 자체가 어느 정도 보호효과가 검증된 약물이라는 것이지, 심혈관 고위험군에서도 재발 위험도를 뚜렷이 낮추는 절대적인 약제는 아니다"면서 "주요 학회 진료지침에서 처럼 약리기전이나 임상 경험상 권장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면서 "일부 아스피린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아스피린 저항성 환자를 두고는 이견이 있지만 이마저도 지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심혈관 예방효과를 두고 저용량 아스피린에 실제 혜택을 저울질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비교 임상연구(clinical trial)의 부재를 지적했다.
끝으로 오 교수는 "일종의 경향성을 확인하는 추적관찰 연구격인 코호트 연구만으로는 컨센서스가 어렵다"면서 "명확한 결론을 위해선 비교 임상 근거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