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낙태(인공임신중절) 관련 의사 행정처분을 전격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29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관련 위헌심사를 하고 있으므로 그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의사 행정처분을 유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7일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을 세분화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 시행했다.
기존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면허 자격정지 1개월 규정을, 진료 중 성범죄 자격정지 12개월, 처방전 없이 마약 및 향정신의약품 투약 자격정지 3개월 그리고 형법 제270조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 등으로 구분해 명시했다.
개정 규칙 후폭풍은 거셌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5가지(유전전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있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한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 또는 인척간 임신,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합법적 낙태수술을 제외한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 온라인을 통한 국내 불법 유통과 더불어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적 이유에 따른 낙태현실 특히 헌법재판소의 낙태 관련 위헌소송 진행 등을 이유로 들며 의사의 1개월 행정처분 부당성을 주장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더불어 여성계, 종교계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고심했다.
박능후 장관도 전날(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낙태 관련 헌재 결정이 아직 안 나온 상태로 좀 더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여운을 남겼다.
이날 이기일 정책관은 “장관 국회 발언 취지와 내부 협의를 거친 결과, 낙태 관련 헌재 위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의사 행정처분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의료관계행정처분 규칙 개정은 2015년 11월 다나의원 사태에서 시작된 것으로 국민건강 위해 발생 시 의료인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초 개정안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자격정지를 12개월로 강화했으나, 의견 수렴을 거쳐 낙태는 종전과 같이 1개월 수정해 유지했다. 법제처에서 규제심사를 마치고 올해 7월말 넘어오면서 복지부가 8월 17일 공포한 것"이라며 개정 규칙의 불가피성을 해명했다.
이기일 정책관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기자회견은 합법적인 낙태는 하고, 불법적인 나머지 안하겠다는 것으로 그 입장을 존중한다"며 산부인과 합법투쟁 선언도 처분 유보 결정에 적잖게 작용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