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기획평가원,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제출…종합평점 0.72 기록, 미시행 선호도 높게 나와
최선 기자
기사입력: 2018-09-10 06: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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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총 4366억원 규모로 기획된 '한의약 혁신 기술개발사업'을 두고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획에 있어 다양한 전공 분야의 산업계 전문가의 참여가 부족하고, 연구개발수요 조사, 추진 계획의 구체성 등이 부실해 사업목표 달성 가능성이 낮다는 게 주요 이유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한의약 혁신 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끝마치고 이같은 내용의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2019년 일몰되는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의 후속인 한의약 혁신 기술개발사업은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총 10년간 복지부 한의약산업과 주관 부처로 진행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비 규모는 총 4366억원(정부 3844억원, 민자 522억원)으로 이를 통해 한의약 과학화·표준화를 가속화해 한의 의료서비스 품질제고 및 한의약 제품화를 촉진하겠다는 것이 당초 계획.
사업 세부 내용은 한의약 과학화, 표준화, 산업화를 지원하는 3개 세부사업, 6개 세부과제, 16개 세부과제로 구성해 ▲근거창출 한의약 중개·임상연구 ▲분산형 한의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 ▲한의약 제품·서비스 개발 및 제품화 지원 등을 추진한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해당 사업의 기술 성공 가능성 등 기술적 타당성과 정책적 타당성,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해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평가원은 "한의약 제품화 및 빅데이터 구축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동 사업은 기획에 있어 다양한 전공 분야의 산업계 전문가의 참여가 부족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개발수요 조사 및 우선순위 기반의 기획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기획보고서에 제시된 기획자문위원회(14명)은 학계 출신 전문가가 다수를 차지했다. 전공분야는 한의학(10), 의학(1), 약학(1), 기계공학(1), 전기 및 전자공학(1) 등으로 한의약 제품화 및 한의 빅데이터 구축 내용을 고려한 다양한 전공분야의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는 게 평가원 측 분석.
평가원은 "산학연 중 학계 비율(52%)이 절반을 차지하고 학문분야별로 한의학 전공자(68%)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전공분야의 산업계 출신 전문가의 참여가 부족했다"며 "특히 학계 출신 전문가(13명) 중 특정 대학교 소속의 전문가가 4명(31%)에 달하는 등 특정 소속기관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선행 연구성과 분석 및 신규 연구수요 조사 역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평가원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질적인 연구개발수요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2014년 한의학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는 한의약 연구개발 R&D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과 수요조사를 위해 실시한 것이지 동 사업의 수요 조사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평가원은 "동 사업의 기획과정에서 실시한 연구수요조사(2017년)는 세부과제 도출 이후 관련 연구 및 산업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며 "따라서 실질적인 연구개발수요 조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연구수요조사에 10명의 기획자문위원이 참여한 데다가 특정 자문위원이 이미 8건, 11건의 과제를 제안하는 경우가 있어 수요조사 대상자 풀과 규모의 적절성이 떨어진다는 것.
사업목표 달성 가능성이 낮은 것은 주로 기술개발계획의 구체성 및 세부 추진전략이 미흡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평가원은 "한의비교효과연구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 항목 5건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개발 대상과 급여화 대상을 신규개발 한약제제, 제조 약침, 신의료기술/의료기기로 한정해 제시했다"며 "한의비교효과연구는 총 16개 과제에 달하지만 제시된 연구 주제는 1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비교효과연구의 개념과 연구 우선순위, 급여화된 기존 유사 사례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아 급여화 과정 및 추진전략이 모호하다"며 "한의학적 중재 가능성을 탐색하는 '사회문제해결형 임상연구'는 한의약의 과학화라는 전략방향과는 부합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평가원은 질환별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의 경우 개발되는 가이드라인(CPG&CP)의 완결성을 위해 필요한 임상연구, 경제성평가 등의 연구내용이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개발된 CPG&CP의 의료현장 보급·적용에 따른 의료비 절감 효과가 발생하기까지의 과정 및 추진전략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의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 ▲한의약 제품 서비스 개발 사업 ▲한의약제품화지원센터 등도 연구개발 내용이나 세부적인 추진 계획이 부실해 사업성이 낮다는 게 평가원 측 판단.
실제로 평가원이 진행한 AHP 평가(분석적 계층화 방법) 결과 종합평점은 '사업시행'이 0.28, '사업 미시행'이 0.72로 도출돼 동 사업의 '미시행'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평가원은 "한의약의 과학화, 정보화 및 산업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며 "다만 양·한방 간 중복투자의 가능성을 줄이고 상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의학이 우세하거나 의학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 예산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평가원은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사업 추진방향 및 연구개발 영역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 설정 등의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응용·개발연구를 수행하는 경우 선행사업의 진단·분석을 통해 세부 사업목표의 논리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