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는 공항과 도심까지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편이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도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 날 숙소는 후쿠오카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곳으로 잡아 두었는데, 지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첫 날부터 지역을 멀리 이동하는 것 보다는 하루 정도 머물면서 주변 명소들을 구경하면서 지리를 익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심에 위치한 하카타역에 내리니 우리나라의 서울역처럼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철 역과 기차역, 그리고 버스터미널까지 모두 인근에 있었기에 유동인구가 정말 많은 곳이었는데,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한 곳에서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하카타 역에서는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좋은 냄새가 계속 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무척이나 유명한 크로와상 가게가 역 1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첫 날에는 잘 몰라서 지나치고 말았지만, 이후에 다시 하카타역 방문하였을 때 나도 사람들의 긴 줄에 동참하여 크로와상 몇 개를 맛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특이하게 개수가 아닌 그람(g) 수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었는데, 갓 구운 빵이라서 그런지 입에 넣자마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대로변이더라도 초행길은 언제나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지도를 보면서 차근차근히 가는데도 대로변에 있다는 호텔을 쉽사리 찾기가 어려웠다.
지도에 건물이 있는 곳은 공사를 하고 있었고, 평소에도 워낙 방향과 위치에 대한 감각이 좀 떨어지다 보니 뻔히 보이는 큰 건물들을 참고로 하는데도 막상 호텔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같은 자리 주변을 맴돌다보니 계속 눈앞에 보이던 건물이 바로 내가 찾던 호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미리 지레 겁을 먹었던 건지 바로 앞에 두고도 상호명을 보지 못한 내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겨우내 찾은 호텔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보통의 일본 호텔들답게 예상대로 좁은 방이었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그래도 필요한 어메니티들이 잘 갖춰져 있고 도심 한복판이라는 위치적인 장점을 염두에 두고 고른 곳이었기에 나름 만족했다.
짐을 풀고 누워서 쉬다가 날이 조금 저물어갈 때쯤 저녁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일본식 우동이 먹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
아까 한참 헤매면서 몇 번을 지나다니던 길목이라 그런지 벌써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길이다. 주변에 엄청 인기 있는 일본식 라멘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브레이크 타임과 겹쳐서 식사를 하지 못할 것 같았고, 그래서 다시 하카타역 쪽으로 가면서 이리저리 주변 골목들을 둘러보며 식당을 찾았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현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은 우동집이 보였고, 들어가서 한국어 메뉴판은 없었기에 번역기를 돌려가며 어렴풋하게나마 뜻을 알아차려 주문을 했다.
한국에서 간혹 일본 카레집이나 이자카야, 일식집에 가면 ‘어서오세요’라는 일본어 인사로 반겨주는 곳들이 있었는데 이런 곳을 모티브로 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구나 싶을 만큼 일본의 작은 식당들은 주방에서부터 큰 소리로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나는 괜시리 주눅이 들어 눈인사만 하고 말지만, 그들의 친절함에 긴장감은 이내 녹아버린다.
다른 메뉴들은 한국에서도 볼 법한 평범한 것들이라 냉우동에 우엉 튀김을 토핑으로 한 낯선 메뉴를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실 옆 테이블에 보이는 크나큰 우엉을 보고 눈이 간 것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다. 제공된 쯔유의 양을 자신이 직접 조절해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짜지 않아서 좋았고, 우엉튀김과의 조합도 신선했다.
여행지에서의 식사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식당의 문화, 분위기까지 함께 보고 즐기는 맛이 있기에 맛이 비록 기대에 차지 않더라도 그리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녁을 먹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퇴근 시간 무렵이라 그런지 비슷한 차림새를 한 이들이 바쁘게 집으로 귀가하고 있었고, 그들 틈에서 나는 행여나 그들에 맞춰 발걸음에 빨라지지 않도록 생각하고 생각하며 더 천천히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