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피부미용, 성형 시장에서 최신 기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리스에 리스를 더하는 부담으로 개원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환자들이 과거와 달리 의료기기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취득하면서 개원가에 기기 홍보전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A피부과 원장은 4일 "요즘에는 최신 기기라고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이 1년도 안 되는 것 같다"며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기기 홍보전이 가열되면서 기기를 들여온지 몇달이면 이미 구형 기기가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기기의 발전보다는 의사의 스킬이 훨씬 더 중요한데도 새롭게 개원하거나 확장하는 병의원들이 워낙 기기 홍보를 하니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환자들이 술기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노릇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이는 특히 피부, 미용이나 성형 등의 비급여 시장에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각종 SNS나 블로그를 통한 홍보전이 가열되면서 환자들이 의료기기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들이 이러한 기기 정보를 공유해 가며 병의원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받아들이면서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원장은 "가령 들여놓은지 2년 되는 기기, 1년 되는 기기, 한달 전 들여놓은 기기가 있다고 하면 환자들이 상담 단계부터 한달 전에 들여놓은 기기를 언급한다"며 "자연스럽게 2년 전 기기는 수요가 없어진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특히 대부분의 개원의들이 의료기기를 리스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현상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리스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리스로 새 기계를 들여놔야 하는 부담이 생겨나고 있는 이유다.
B안과의원 원장은 "솔직히 라식, 라섹 기기를 들여놓으면서 이자는 물론, 몇 년 안에 기기값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할부식의 리스를 선택한 것을 다소 후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워낙 환자들이 기기 정보를 빠삭하게 알고 있다 보니 마치 구 시대 기기로 수술을 하는 것처럼 여겨져 기기를 하나 더 들여놨다"며 "지금까지는 우선 잘 돌아가고는 있지만 감가상각보다 훨씬 더 떨어지는 가치를 보고 있자면 한숨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로 인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아예 의료기기를 완전히 빌려 쓰는 운용리스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이는 세액공제 등에서 불이익이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부담이 되고 있다.
운용리스가 기계를 빠르게 교환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공제가 안 되고, 공제를 받는 리스를 택하면 새 기계에 대한 수요 때문에 리스에 리스를 더하는 부담이 생기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A피부과 원장은 "이게 무슨 짓인가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있는 것을 보자면 치킨 게임이 따로 없다"며 "이건 환자 유치 경쟁으로 의료기기 회사와 금융사들 배만 불려주고 있는 꼴"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