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이필수)는 15일 "입원형 호스피스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6개 요양병원이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더라도 구조적으로 최우수기관이 될 수 없도록 평가항목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앙호스피스센터로 지정받은 국립암센터는 입원형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시범사업)의 2018년도 추진실적과 성과를 조만간 평가에 들어가 2019년 3월 공개할 예정이다.
평가계획에 따르면, 평가항목은 △운영실적(45점) △사업실적보고서(15점) △임종의 질(30점) △치료 및 돌봄에 대한 만족도(10점) △특성화 사업(가감 +12/-5점) 등으로 총 배점은 100점이다
구체적으로 △운영 실적은 병상가동률, 장기재원, 필수인력 전담여부 및 확보 수준, 소진관리 프로그램 운영 여부, 사별가족 프로그램 운영 △사업실적보고서는 사업 이행 여부, 목표 달성률, 예산 집행의 적정성 △임종의 질은 사별가족이 평가한 고인의 삶의 질 점수 △치료 및 돌봄에 대한 만족도는 사별가족의 만족도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특성화사업 평가는 필수인력 법적 교육 운영, 전문가 멘토링제 멘토 참여,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등 7개 항목에 대해 1~2점의 가점을 주고, 기한내 사업실적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필수인력 오프라인 교육 이수율이 30% 미만이면 -3~-2점을 감산하는 방식이다.
국립암센터는 평가점수 90점 이상이면 최우수, 75~89점이면 우수, 60~74점이면 보통으로 분류한다.
평가결과 최우수기관에 대해서는 중앙호스피스센터 홈페이지에 병원 명단을 공개하고, 예산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국립암센터는 △임종의 질 △치료 및 돌봄에 대한 만족도 등 2개 항목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16개 요양병원을 ‘신규기관’으로 분류하고, 이들이 평가를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배점(30점, 10점)의 중앙값인 15점, 5점을 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은 다른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더라도 80점에 불과해 최우수기관이 될 수 없다.
여기에 100점 외에 최대 12점 가점을 받을 수 있는 특성화사업은 급성기병원만 해당해 요양병원은 점수를 만회할 기회조차 없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국립암센터에서 내부적으로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평가결과가 언론에 공개되고, 인센티브까지 부여하는 정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에 불리한 평가항목을 만들고, 불공평한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규기관으로 분류된 요양병원 중에는 이미 2016년부터 입원형 호스피스를 하고 있는 11개 의료기관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호스피스 요양병원들이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2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는 "임종과정에 있거나 말기환자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고, 최상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국립암센터가 불공정한 평가항목을 제시해 요양병원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올해 2월 4일부터 요양병원도 호스피스 전문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질 낮은 요양병원들이 호스피스에 대거 참여할 것이라며 법을 무시한 채 올해 3월 시범사업을 연장한 상태다.
노인요양병원협회 측은 "호스피스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순회 세미나를 열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호스피스는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사업인 만큼 요양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