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학회, 당뇨병 약물 급여기준 개편 촉구…"미국·일본·유럽 참고해야…계열별 일원화 시급"
최선 기자
기사입력: 2018-10-18 06:00:00
가
URL복사
정부가 SGLT-2, DPP-4 등 당뇨병 치료제 계열간 병용처방 급여화 검토에 들어가면서 관련 학회도 급여 확대 당위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의 허가사항과 보험급여 기준에 현격한 차이가 존재해 개별 약제에 따라 병용 가능 조합이 달라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계열별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당뇨병 약물 급여기준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보험법제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는 당뇨병 치료제의 허가 및 급여기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울산의대 이우제 교수(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는 현행 국내 당뇨병 치료제의 급여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발표하면서, 당뇨병 치료제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허가사항이 고혈압 등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처방대상의 연령이나 질환 특성만을 간략하게 기재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내 식약처는 당뇨병 치료제의 허가사항을 기재할 때 근거로 제출된 임상연구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식약처 허가사항 내에서 급여기준을 설정해야 하는 원칙으로 인해 당뇨병 치료제의 급여기준마저 복잡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4년 9월 SGLT-2 억제제 중 가장 먼저 국내 출시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국가별 적응증을 살펴보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제2형 당뇨병 성인 환자에게 식이 및 운동요법과 함께 처방을, 유럽의약품청(EMA)은 18세 이상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조절 목적으로 포시가를 단독 또는 병용처방을, 일본 후생노동성은 제2형 당뇨병만을 기재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식약처는 포시가를 단독요법이 아닌 병용요법으로 처방할 때 허용되는 6가지 조합을 일일이 상세하게 나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같은 계열의 혈당조절제라도 개별 약제에 따라 병용 가능한 조합이 달라지고, 식약처 허가는 받았지만 급여로 인정되지 않는 조합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일선 현장의 반응.
이 교수는 "허가사항이 단순하고 계열간 병용조합이 인정되는 고혈압 약제와 다르게 당뇨병 약제는 허가사항과 보험급여 기준에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며 "일부 의사들 사이에선 당뇨병 약물이 차별을 받는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진료현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최근 정부는 당뇨병학회가 제기한 의견을 받아들여 당뇨병용제의 급여기준을 계열별로 일반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열별 병용을 인정하게 되면 식약처 허가사항이 아닌 조합을 급여로 인정하는 예외조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와 학계는 이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 중이다.
구미정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식약처 허가범위 안에서 비용효과성을 고려해 급여기준을 설정한다는 게 복지부의 기본 원칙"이라며 "신약의 경우 최초 등재 시 급여기준이 마련된 다음부턴 임상환경이 변하거나 약가인하 등의 요소로 인해 비용효과성 평가가 달라졌을 때 급여기준 확대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SGLT-2 억제제 병용에 대한 급여제한을 풀어주는 데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므로 허가사항에 따라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향후 확대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당뇨병치료제의 경우 허가사항을 벗어나는 영역이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우제 교수는 "이미 현장에는 허가사항을 넘는 급여기준이 존재한다"며 "식약처 허가사항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데서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박석오 보험법제위원회 이사는 "모든 SGLT-2 억제제의 계열효과를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SGLT-2 억제제 중 타 계열의 특정 약물 1가지 이상과 병용요법이 허가를 받았다면 동일 계열의 다른 약물과 병용 급여를 인정해 달라는 게 보험법제위원회의 의견이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우 병용급여를 별도 성분 별로 구분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사항에 성분 별로 구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국내에서도 급여제한을 풀어주되 한국인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방안을 정부기관과 장기적으로 논의해 나가는 식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당뇨병용제 급여기준을 기존과 동일하게 SGLT-2 억제제 성분들도 DPP-4 억제제 등과의 병용요법에서 계열별로 통일하자는 의견이 도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및 학계 관계자는 당뇨병용제의 급여기준으로 인한 진료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하루빨리 모색하고, 토론회에서 제시된 급여기준에 대한 계열별로 통일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