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도 빛이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그 옆의 강변에는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후쿠오카도 서울처럼 도시 안에 큰 강을 끼고 있다 보니 강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렇게 포장마차 문화가 많이 발달한 것 같았다.
방금 전에 식사를 한 터라 음식을 더 사 먹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면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를 만큼 다양하고 눈과 코를 즐겁게 해주는 음식들이 많았다.
호텔 옆의 쇼핑몰 안에는 큰 분수대가 있었는데, 이 곳에서는 매일 일정 시각마다 분수쇼를 한다고 한다.
쇼의 내용은 주로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가 있는 ‘원피스’의 캐릭터들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만화에 큰 관심이 없는지라 잘 모르는 내용이었지만, 관광객들과 특히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고 분수 쇼가 생각보다 규모가 컸으며 퀄리티가 나쁘지 않아 나름 재밌게 보았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카타 버스 터미널에서 바로 유후인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요깃거리만 사서 숙소로 갔다.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는 특히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시간대에 자리가 없을 확률이 높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간혹 잘 알아보지 않고 가면 하루의 여행 일정이 다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을 이동하거나 교통편을 이용할 때는 꼼꼼히 체크하는 편이다.
유후인까지는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광을 하려면 오전 중에 버스를 타야했기에 짐을 최대한 풀지 않고 잠에 들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보았지만 내심 그래도 최대한 늦게 비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둘째 날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니 이래저래 걱정이 되었다.
비 때문일까. 행여나 버스를 놓칠세라 불안해서였는지 예상보다 잠에서 일찍 깼고 대충 준비를 한 뒤에 어제 미리 사둔 샌드위치를 들고 서둘러 나갔다.
예상보다 비의 양은 많지 않았기에 한국에서 챙겨 온 가벼운 우산 정도면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햇빛이 나는 날보다는 이동에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가 더 많이 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터미널에 갔더니 예상대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고, 미리 생각해 둔 시간대의 버스 좌석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바로 티켓으로 교환을 한 뒤 터미널 안에 있는 노점들을 구경하면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은 더 바쁘고 분주해 보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비 오는 날의 온천. 나쁘지 않다.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았다. 너무 더운 날, 햇빛이 쨍한 날보다는 이렇게 약간은 흐리고 비가 내릴 때 온천을 하면 정말 노천온천의 분위기가 더 날 것 같다. 우산은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의식적으로 한 번 더 챙기며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에는 한국인 반, 일본인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지만 아무렴 좋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유후인 온천마을에 가는 날이고, 버스에도 늦지 않게 탔고 이 정도면 날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은 것 같다.
누군가는 너무 상업화되어서 이제는 옛날 유후인 마을답지 않다며 아쉬워하는 곳, 그래도 누군가는 아직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는 그 곳에 지금 나는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