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사로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8년간 근무한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원장직에 지원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건의료 연구 분야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은 있다고 확신한다."
국립보건연구원 박도준 원장(사진)은 5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2년 8개월 동안 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소회를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내년 1월 보건연구원장직 3년 임기를 마치고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날 박도준 원장은 "그동안 연구 인프라가 축적돼 셀트리온과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 보건의료 산업화를 위해서는 10~20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도 축적된 보건의료 인력과 자원이 성과로 확산될 때가 됐다"면서 "다만, 너무 산업화만 가는 것을 잡아주는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며 임상 전문가로서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정부는 창조를 강조하는데 보건의료 분야에서 판을 바꿀 정도의 큰 연구는 많이 시간이 들어간다. 앞으로 좀 더 길게 보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며 성과 중심 예산 지원에 아쉬움을 표했다.
박 원장은 일례로, 미국 NIH 근무 시절 스승의 일화를 전했다.
자신의 스승인 미국 임상 의사는 30년 동안 한 가지 연구에 매진해 새로운 보건의료 영역을 창출했다고 제자 중 노벨의학생리상 수상자들도 배출했다는 것.
박도준 원장은 "미국 NIH는 산업화와 무관하거나 생소한 분야라도 연구자를 믿고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성장한 만큼 보건의료 연구에 10년, 20년 장기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그동안 축적된 한국인 줄기세포와 유전체 분석 결과를 제약업체에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박도준 원장은 "연구원 내 실험실은 주로 대학병원 교수들도 사용하는 데 업체든 연구소든 신청하면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특히 제약업체의 신약 개발을 위해 관련 데이터를 업체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보건의료 인력과 연구결과 그리고 파이프라인을 보면, 셀트리온이나 한미약품 같은 사례가 매년 한 건 이상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조만간 착공되는 공공백신 개발지원센터도 국민건강과 안보에 반드시 필요하나 상업성과 위험성으로 민간 개발이 어려운 신종 감염병이나 생물테러 백신 개발에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의 2019년 연구개발 예산안은 719억원으로 2015년 460억원과 2016년 433억원, 2017년 518억원, 2018년 605억원 등에 비해 최대 규모이다.
박도준 원장은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5160억원 규모의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복지부, 과기부 공동 프로젝트) 그리고 미세먼지 건강피해 예방과 중개기술 연구 등이 연구원의 중점 추진과제"라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첨단 재생의료법과 직결된 임상시험용 줄기세포 치료제 제조시설 지원도 현안과제로 임상 연구 발전을 위한 법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끝으로 "국립보건연구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정부와 언론의 역할을 실감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재임 동안 한국 보건의료 연구 분야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봤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