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위한 의료기기 규제혁신 추진을 천명하고 혁신의료기기지원법 등이 발의되는 등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 의지가 최고조에 달했다.
반면 국내 제조사들은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며 한숨이 깊어졌다.
메디칼타임즈는 올해 주요 기사를 통해 2018년 의료기기업계에서 벌어진 다양한 이슈들을 정리했다.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개선, 청와대가 응답했다
정부는 의료기기업계가 꾸준히 제기해왔던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등 제도개선에 대해 응답했다.
7월 19일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한 것.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 행사장을 찾아 의료기기산업의 낡은 관행과 제도 및 불필요한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후속조치로 일부 감염 관련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선(시장)진입·후평가’, 즉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적용을 앞두고 있다.
또 인공지능(AI)·3D 프린팅·로봇 등을 활용한 혁신·첨단의료기술은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되면 우선 시장진입을 허용한 후 임상현장에서 일정기간 축적된 임상근거를 바탕으로 재평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밖에 신의료기술평가는 실질적인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신의료기술평가·보험등재 심사를 동시 진행해 업계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의료기기업계는 왜 ‘수입허가증’ 딜레마에 빠졌나
의료기기업계가 ‘의료기기 수입허가증’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의료기기업체에 신제품 병원 코드 등록을 위해 의료기기 수입허가증 복사본 전체를 제출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
▲모양 및 구조 ▲사용 방법 ▲사용 시 주의사항 등 제품 확인을 위한 수입허가증 일부 내용만 간소하게 제출했던 것과 달리 기밀정보에 해당하는 원재료·시험규격까지 제출하라는 요구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해당 병원은 원재료·시험규격을 포함한 수입허가증 복사본 전체를 요구했다는 업계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다만 시험규격은 환자 안전을 위해 제품을 사용해도 되는지 근거 마련을 목적으로 법적 자문 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료기기업체들은 해당 병원에서 여전히 의료기기 수입허가증 복사본 전체를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
의료기기업계와 병원의 수입허가증 진실공방은 2019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의료기기제조사 ‘최저임금 인상·단가보고’에 뿔났다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 시행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불어 공급단가 보고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한 이사는 “2017년부터 최저임금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상승했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건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치료재료의 경우 원가상승으로 제조업체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사는 “최저임금은 인상하면서 보험금액(치료재료 상한금액)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업체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행위에 대한 상한금액은 상대가치점수를 통해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수 있으나 치료재료의 경우 환율연동제 밖에 없고 이 역시 의료기기제조사와는 관련성이 적다”며 인건비 상승을 반영한수가 변동기준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항목·방법을 규정하고 의료기기 공급단가를 보고토록 한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공급단가 보고는 수량·조건 등 거래 형태에 따라 계약금액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동시에 제조사 영업 비밀을 보고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를 매달 진행하는 것은 중소 의료기기제조사에게 업무가 과중돼 큰 부담이 되며, 공급내역 중 단가보고는 기업 활동을 침해하는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영업사원 대리수술 ‘침묵’을 깨다
정형외과 등 일부 의원·전문병원은 물론 국립병원·군(軍)병원까지 무면허 대리수술이 만연하고 이로 인한 환자 사망사고까지 불거지면서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컸다.
의료계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환자단체나 일부 지자체의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주범이 있으면 공범도 있기 마련.
하지만 무자격자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의사들에 대한 비난이 집중된 것과 달리 의료기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비판의 중심에서 빗겨나 있었다.
물론 일부에 국한되지만 의료기기업체 역시 환자 생명을 담보로 불법 대리수술을 한 점은 명백한 법 위반으로 형사적 처벌이 당연하거니와 윤리적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음에도 말이다.
더욱이 업계는 영업사원들의 대리수술로 환자가 사망하고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자정노력은커녕 마치 오랜 관행을 따랐을 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환자 안전에는 안중에도 없는 듯 침묵했던 의료기기업계가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11월 처음 입을 뗐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국민적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업체 직원의 수술실 입회와 관련한 국내 법령과 해외사례를 살펴보고 자율규약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
2019년에는 의료기기업계가 영업사원의 수술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자정노력을 펼쳐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헬스케어특위가 남긴 1년의 발자취 ‘성과와 과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헬스케어특별위원회’가 11월 1기 활동을 마무리했다.
2017년 12월 19일 첫 회의를 가진 헬스케어특위는 4차위가 수립한 12대 지능화혁신 프로젝트 가운데 의료분야 혁신방안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1년간 수행했다.
헬스케어특위 1기 활동에 대한 의료기기업계 평가는 엇갈렸다.
질적인 측면에서 진일보한 의료기기 규제혁신과 융·복합 혁신의료기기 상용화 기틀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총량적·세부적으로는 그 범위와 효과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혁신의료기기의 신속한 인허가와 시장진입이 가능하도록 규제혁신을 통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에 그치지 않고 정책 실행이 되도록 예산타당성 작업까지 주도한 점은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의료기기 규제혁신 관련 정책 제안이 부처 간 첨예한 이견으로 답보상태에 빠질 경우 이를 설득·조정·주도할 수 있는 결정권이 없다보니 논의 자체가 공회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성도 드러났다.
이는 2기 헬스케어특별위원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의료기기 규제혁신, 정작 업계는 무지·무능·무관심?
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NECA는 7월 대통령이 의료기기분야 규제혁신안을 발표한 이후 의료기기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시장진입 과정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 밑그림을 의료기기업계에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가 의료기기 규제혁신 정책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관련부처에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경로로 혁신의료기기 급여 산정 등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나 폭넓은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공청회·설명회 자리에서 시민단체나 학계가 안전성 우려를 내세워 선진입·후평가, 혁신의료기기 인허가 별도 트랙 적용, 수가 가산 등에 이견을 제시해도 이를 합리적 근거로 설득하기는커녕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자세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의료기기업계는 의료기기 규제혁신에 부응해 늦었지만 미시적 정책 제안을 통해 새로운 혁신의료기기가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아 시장에 신속히 진입할 수 있도록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고 그로 인한 이익이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권리이자 의무를 다해야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국내 개발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첫 식약처 허가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융·복합 첨단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5월 16일 국내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가 첫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뷰노가 개발한 뷰노메드 본에이지(VUNOmed-BoneAge)는 인공지능이 X-ray 영상을 분석해 환자의 뼈 나이를 제시하고, 의사가 제시된 정보 등으로 성조숙증이나 저성장을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의료영상분석장치 소프트웨어.
해당 소프트웨어는 그동안 의사가 환자의 왼쪽 손 X-ray 영상을 참조표준영상(Greulich-Pyle·GP)과 비교하면서 뼈 나이를 판독하던 것을 자동화해 판독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앞서 식약처는 해당 허가 제품을 2017년 3월부터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으로 선정해 임상시험 설계에서 허가까지 맞춤 지원했다.
FDA가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 의료기기 인허가 규정을 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식약처 역시 선제적으로 인공지능·3D 프린팅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개발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적극 나섰다.
“1형 당뇨환자에 무관심한 의사? 시스템 부재가 원인”
1형 소아당뇨 아이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CGMS)를 수입해 사용한 부모가 검찰 조사를 받은 사건이 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이후 정부는 CMGS 소모품 급여를 확대했고 기기 자체에 대한 보험 적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형 당뇨환자들의 경제적 비용부담이 줄어든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환자들이 올바른 인슐린 주사 교육과 제대로 혈당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행 의료시스템에서는 의사·간호사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1형 당뇨환자를 진료하고 교육하고 싶어도 관리료 등 수가보전이 안되기 때문에 환자 교육과 관리가 요원하다는 것.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당뇨교실 구민정 간호사는 “정부가 오롯이 급여 확대에만 생각이 머물러 있다”며 “소아당뇨 환자를 관리하고 교육하는 의료시스템이 부재한 현실에서 단순히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정책적 효과를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소아당뇨 환자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고 그 역할은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 해야 할 것”이라며 “표준화된 소아당뇨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충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수가를 현실화하거나 급여화 하는 등 정부의 정책적 접근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싱크탱크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 출범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가 의료기기법 일부 개정에 따라 6월 14일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으로 출범했다.
정보원은 기관명 변경과 함께 역할이 한층 확대됐다.
기존 센터에서 수행하던 국제규격 연구, 임상시험 지원, RA교육 등 사업 외에 ▲의료기기 안전관련 정책수립 지원을 위한 조사·연구 ▲의료기기 부작용 인과관계 조사·규명 업무가 추가됐다.
특히 ‘의료기기통합정보센터’로서 안전한 의료기기 사용을 위해 의료기기 허가부터 유통·사용까지 전주기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UDI System)을 구축했다.
정보원은 또한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해 기존 1본부 3부 9팀에서 1실 4본부 11팀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의료기기 정책 수립지원을 위한 조사·연구 전담조직으로서 정책연구실을 신설해 국내외 의료기기 규제 정책 현황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등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지원을 강화했다.
더불어 기존 부작용 정보·수집업무를 수행하던 안전정보팀은 이상사례 정보 및 국내외 위해정보 수집·관리를 위한 ‘안전정보팀’과 국내외 이상사례 분석·평가 및 인과관계 조사·규명을 위한 ‘안전평가팀’으로 확대 운영했다.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산·학·연·관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기기 지원 중추기관으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싱크탱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멘스 ‘장비 밀어내기·인사 청탁’ 대리점 갑질 의혹
1월 17일 공정위로부터 CT·MRI 유지보수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행위로 62억원 과징금을 부과 받은 지멘스 헬시니어스.
지멘스는 이후에도 대리점을 상대로 부당한 계약해지는 물론 제품 밀어내기와 인사 청탁 등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앞서 지멘스로부터 대리점 및 유지보수 계약해지로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고 문제를 제기한 BMK(비앤비헬스케어·메디칼스탠다드·키너스) 그룹은 지멘스가 갑의 지위를 남용해 제품 구입 강제와 인사 청탁, 직원 빼가기 등 갑질 횡포를 부렸다고 메디칼타임즈에 추가 폭로했다.
BMK 그룹은 지멘스가 구입 의사가 없어 주문하지도 않은 장비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구매토록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지멘스 한국법인이 본사 실적보고를 위해 갑의 위치에서 을인 대리점에 사실상 장비 밀어내기 갑질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멘스 전 대표의 친인척 채용 청탁과 지멘스의 비앤비헬스케어 직원 빼가기 등 부당한 강요와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지멘스 전 대표는 “밀어내기를 했다면 컴플리언스(Compliance·윤리경영) 위반이고, 내가 대표 자리에도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밀어내기와 갑질 운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덧붙여 “이권을 가지고 공공기관 채용에 개입한 것도 아니고, 인사 청탁이라는 말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