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성경과 마찬가지로 오류가 있어선 안된다. 그럼에도 현재 사용하지 않는 의학용어가 그대로 방치하는 등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
교과서 의생명 분야 내용 오류를 바로잡고자 대한의학회가 팔을 걷어 부쳤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초·중·고 교과서 92개를 조사한 결과 17개 교과서에서 오류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교과서 건강정보의 지속적인 내용 검증을 위한 상시적인 감수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학회는 정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용도서 개발, 심사, 적용 일정을 고려해 대형 출판사 중심으로 교과서를 선정해 조사를 실시했다.
의학회가 지적한 오류 사항은 출산의 진행단계 중 「개구기」를 「진통 제1기」로 표현하고 「만출기」를 「진통 제2기」 「후산기」를 「진통 제3기」로 수정해야한다고 봤다.
또 「생장호르몬」과 「바이타민」은 최근에는 각각 「성장호르몬」과 「비타민」으로 바꿔 부르고 「수란관」은 「자궁관」으로 「수정관」은 「정관」으로 수정할 것을 당부했다.
「혈당량」도 「혈당」으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고 「티록신」은 「갑상샘호르몬」으로 「정소」는 「고환」 등으로 바뀌었다.
또한 「부러진 뼈가 피부표면에 노출되지 않으면 단순 골절, 노출되면 복합 골절」은 「골절이 골조직 이외에 손상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서 단순 골절과 복합 골절로 구분되며, 복합 골절은 단순히 골조직만 아니라 주변 혈관, 신경, 근육 또는 내장이 동시에 손상을 받는 경우를 총칭하며, 피부 표면에 골절된 뼈가 노출된 것은 개방 골절」로 바꿔 게재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동아출판, 금성출판 등 수십년째 초·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만들어 온 출판사도 상당수 포함돼있었다.
사실 의학회가 교과서 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은백린 대한의학회 학술진흥이사는 "앞서 고등학교 교과서 오류 분석을 실시해 수정 사항을 전달했지만 교과서를 수정하는 것은 교육부장관이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요청하도록 돼있어 강제성이 낮다보니 반영이 제대로 안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잦은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교과서 개발, 심사, 발행까지 해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교수에 대한 보상이 없다보니 교과서 제작이 허술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백린 이사는 "앞서 해당 출판사에 전달하고 국회 토론회 등을 추진했지만 최근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 교과서' 이슈와 동일시 하면서 국회토론회조차 꺼려 이 논의를 구체화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교과서 조사를 위해 교육부에 자료 요청을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거절하는 등 정부의 안일한 반응에 답답하고 섭섭했다"며 "이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초중고 교육에 오류를 개선하자는 취지인데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정부가 먼저 의학회에 교과서 감수를 요청해야 할 판에 학회가 먼저 제안을 했음에도 자료 수집조차 응해주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장성구 회장은 "내달 8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교과용도 도서 감수 사업설명회를 통해 앞으로 의학회가 교과서 감수 활동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라며 "미래를 책임질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인 만큼 예리한 칼날을 들이댈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