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들, 초진환자 진찰 문제점 지적…심평원, 2020년까지 연장
"초진보다 재진이 더 필요…의료진 선택 폭 넓혀야"
문성호 기자
기사입력: 2019-01-30 05: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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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아닌 원무과에서 심층진찰 초진 환자를 결정한다."
3분 진료로 대표되는 대형병원의 고질적인 진료 패턴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된 '심층진료 시범사업'이 시행 1년을 맞았다.
그러나 시행 1년을 맞은 현재 초기 병원들의 보였던 큰 관심과 달리 의료현장에서는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심층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형병원은 총 25개소다.
각 참여병원마다 시범사업 운영 시점은 다르지만 혈액종양내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이비인후과 등의 진료과목에서 의료진이 심층진찰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참여 의료진들은 시범사업 대상 환자를 초진으로 제한한 점을 문제로 들면서 1년간의 시범사업이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심층진찰을 해 온 지방의 이비인후과 교수는 "1년간의 시범사업을 참여했다. 희망을 품었다기보다 이대로 본 사업으로 전환돼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라며 "복지부와 심평원이 제도를 설계할 당시 심층진료 세션이 아니면 대상 환자가 있어도 볼 수 없게 해놓지 않았나"라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는 시범사업 참여 의료진이 직접 대상 환자를 정할 수 없는 구조를 가장 큰 문제점을 지목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심층진료 필요 여부에 대한 결정을 현재는 의사가 아닌 원무과에서 하는 구조"라며 "심층진료 대상 환자를 초진으로 한정했는데 이를 의사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층진찰이 정작 필요한 경우는 초진이 아닌 검사 결과에 따른 상담이 필요한 재진일 경우가 더 많다"며 "환자에게 사전에 심층진찰 여부를 동의 받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찰 도중 결정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진들은 심층진료 세션일 경우에는 환자 만족도가 높은 상담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며 제도화 필요성은 인정했다. 일부는 심층진찰 세션을 추가로 편성하기도 했다.
심층진찰 세션을 추가로 편성한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내과 교수는 "월요일만 하던 심층진찰 세션을 수요일에 추가로 편성했는데 시간적으로 여유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족감을 느낀다"면서도 "병원 수익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일반 외래 상담일 경우 중간에 심층진찰을 알지 못한 환자들이 섞여 있다"며 "의사 만족보다 환자 만족이 중요하지 않나. 의료진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심평원은 최근 심층진찰 시범사업을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한편, 이 같은 방침을 25개 참여 병원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가 연구용역을 맡아 수행 중인 심층진찰 모델 고도화 및 수가 개선 작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심층진찰 모델 고도화 및 수가 개선 연구의 경우 최종 보고회를 마쳤으며 연구결과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층진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25개 대형병원에 본 사업 전환 대신 2020년까지 시범사업을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며 "최근까지 진행한 연구결과와 상관없이 시범사업이 연장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