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응급의학과 연구진, 2008~2016년 중독 양상 관찰…"약국 영업 시간-내원 환자 유의한 변화 없어"
최선 기자
기사입력: 2019-02-09 06: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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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상비약 약국외 판매 이후 중독 환자의 양상 변화를 관찰한 첫 연구가 나왔다.
안전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저지하기 위한 논리가 약물 오남용과 같은 부작용 증가였던 것에 반해 연구진은 중독 환자가 되레 감소했다고 결론 내렸다.
최근 고려대의대 응급의학교실 김창영∙이의중∙이성우∙김수진∙한갑수 교수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이후 중독환자 특성 변화에 대해 추적 관찰했다.
해외의 연구에 따르면 중독 환자는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서 적게는 0.6%, 많게는 2.1%에 해당하며, 중환자실 전체 입원의 19%을 차지한다고 보고 되고 있다.
국내 동향에서도 질병관리 본부에서 발표한 응급실 손상 환자 심층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독으로 인한 입원은 2011년 29.5%에서 2015년 33.1%로 증가추세에 있다.
연구진은 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조절하면 관련 중독 환자의 발생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 편의점 일반약 판매 시점 이전(2008~2012년)과 이후(2013년~2016년)에 따른 중독 내원 환자 수 변화를 조사했다
야간 및 휴일에 일부 약품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2년 11월부터 시행된 안전상비약 약국외 판매 품목 중 중독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약물은 아세트아미노펜,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 소화제 등이다.
연구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지역 모 병원의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해 인구학적 및 중독학적 특성에 대한 후향적 분석을 시행했다. 해당 병원은 연간 5만명 정도가 내원하는 병원으로 2016년에는 권역 응급 의료센터로 지정됐다.
일차 결과 변수로 안전상비의약품 중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를 섭취해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의 수를 2013년 전후에 따라 비교했다. 이차 결과 변수로 해당 약품을 섭취한 뒤 내원한 환자에서의 중 환자실 입원율 및 응급센터 내에서의 사망률을 비교했다.
또한 약국의 영업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로 설정해, 해당 약품을 섭취한 뒤 내원한 환자 중 평일 영업 종료 시간 및 공휴일에 내원한 환자의 비율을 비교했다.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945명, 연간 189명이 응급실에 내원했고,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이후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총 619명, 연간 155명이 내원했다.
21-40세의 약물 중독 환자가 가장 많았고 41-60세가 그 다음이었다. 가장 많은 숫자를 보인 21-40세 군은 2013년 이후에 들어 39.6%에서 31.5%로 비율이 다소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나머지 군에서의 인구 비율은 모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성별은 전체 구간에서 여성이 더 많았으나(66.7%) 남성이 31.0% 에서 36.8%로 증가했다.
의도적으로 중독물질을 섭취 한 경우는 86.7%에서 81.8%로 감소했다. 정신과적 병력은 없던 경우가 있던 경우보다 많았으며, 이 중 가장 많았던 정동장애의 경우 18.4%에서 21.6%로 증가했다. 이전 중독 병력이 있었던 경우는 9.4%에서 7.8%로, 알코올을 동반 섭취 한 경우는 31.3%에서 29.4%로 감소했다.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이내가 환자 수가 가장 많았고 이후 걸린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적은 수가 내원했다. 2013년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는 2013년 이후가 이전보다 내원에 걸린 시간이 적었다.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전후로 전체 중독 환자 중 비처방약은 모두 감소했으며, 이 중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은 7.5%에서 4.7%로,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 중독은 1.7%에서 1.5%로 감소했다.
처방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 전문 의약품중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 억제재(1.9%에서 1.6%) 및 삼환계 항우울제(2.9%에서 2.6%)는 감소했으며, 벤조디아제핀(26.0%에서 29.9%)과 달리 분류되지 않거나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처방약(14.1%에서15.0%), 그리고 그 외의 물질(17.5%에서 23.3%)은 증가하는 경향이었다.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 또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재를 복용하고 내원한 환자는 87명(9.2%)에서 38명(6.1%)로 감소했다. 해당 환자군 내에서 약국이 영업하지 않는시간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비율은 변화가 없었으며, 중환자실 입원율과 응급실 내에서의 사망률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연구 기간 동안 센터에 내원했던 1564명의 중독 환자 중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 또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재를 주로 섭취하고 내원한 환자는 총 125명이었으며, 2013년을 기준으로 감소하는 경향이었다"며 "해당 약품을 섭취하고 내원한 환자군에서, 약국이 영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 내원한 환자의 비율과 중환자실 입원율 그리고 사망률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에 포함됐던 약물 중 처방 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 가능한 아스피린, 독시라민 및 다른 일반의약품에 의한 중독은 모두 감소했다"며 "전문 의약품인 벤조디아제핀에 의한 약물 중독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중독 약물을 환자 및 보호자, 혹은 목격자의 진술에 의존해 분류한 경우가 있어 최종적으로 약품의 종류를 확인 할 수 없었던 경우들도 있었다"며 "서울에 위치한 단일 기관의 자료를 분석한 연구이기 때문에 전국적 경향이나 다른 지역, 특히 농촌의 경향성을 대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