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
올해 7월 창립 20주년을 맞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이경국)가 협회 지난 역사를 기억하고 의료기기산업 발전사를 정리하는 20주년 사사(社史) 편찬을 위해 흩어져있던 기록을 찾고 있다.
14명으로 꾸려진 협회 편찬실무위원회(위원장 이진휴)는 ▲화보집 ▲편찬사 ▲연혁집 발간을 위해 지난 7일 3차 실무회의까지 마친 상태.
위원회는 그간 사사에 들어갈 총 600개 항목을 추리고 이를 사안별 중요도에 따라 A·B·C등급으로 구분하는 세부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진휴 편찬실무위원장은 “협회는 과거 10주년 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사를) 발간하지 못했다”며 “이경국 회장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협회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컸다”고 사사 편찬 배경을 설명했다.
협회가 사사 편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20년 역사의 기록 속에서 의료기기단체로서의 ‘위상’과 ‘정체성’ 변화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기 때문.
이 위원장은 “협회는 창립 이후 의료기기법 시행·의료기기 규제에 발맞춰 양적 질적 변화를 겪어 왔다”며 “초창기 역할은 식약처 산하기관으로서 위임 업무를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한계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20년 동안 질적 성장을 통해 위임 업무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기기제조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해외전시사업까지 역할을 확대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 정책 제안을 하는 제한적 역할에서 벗어나 함께 정책을 수립하는 동반자적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 20주년 사사 편찬은 과거 기록을 통해 의료기기업계가 어떻게 산업 발전과 의료기기 규제 완화를 견인해왔는지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사사에 담기는 20년 기록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수입사·다국적기업’만을 대변하는 의료기기단체라는 오해를 불식시켜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사료로도 의미가 크다.
수입사·다국적기업 중심으로 운영된 협회에 의료기기제조사 참여비율이 높아진 시점은 2009년.
협회가 의료기기법 관련 식약처에 정책 제안을 시작한 태동기이자 5대 윤대영 회장이 회원사 1000곳 확대를 선언한 것은 물론 법규위원회·보험위원회 활동 또한 본격화된 시기다.
이진휴 위원장은 “당시 제조사 참여비율이 증가했지만 협회 위원회 구성은 여전히 수입사·다국적기업 중심이었다”며 “하지만 법규위·보험위 정책 제안은 제조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내용들이 많았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간납사·신의료기술평가제도 개선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특히 이경국 회장 취임 후 위원회 부위원장을 제조사에 할애하는 등 제조사를 위한 정책 제안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는 제조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위해 의료기기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허가임상자료 제출 의무화, 허가 갱신제 등 의료기기 제도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 편찬실무위원회는 오는 7월 말 창립 20주년 사사 발간을 목표로 자료 수집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가 창립된 1999년부터 2009년까지의 문서·사진·자료 등 숨겨진 기록을 찾는 것이 녹록치 않은 상황.
이 위원장은 “이 기간 협회 정기총회, 간담회·토론회, 워크숍 등과 관련된 문서·사진은 물론 오디오 및 비디오, 기념품, 상장 및 상패, 개인보관 서류, 신문기사 스크랩 등 각종 자료를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협회 20년 역사를 기록하고 의료기기산업 발전사를 정리하는 사사 편찬을 위한 자료 제공·기증에 많은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협회 창립 20주년 사사는 화보집·편찬사·연혁집을 한 세트로 각각 1000부가 발간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관련 오프라인 콘텐츠를 담은 이동식 저장장치 USB를 제작해 원하는 회원사에 무상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