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여력 약해진다" 제약사 주장 받아들여
국내 제약업계 봐주기 제도 비판 면하기 힘들 듯
이창진 기자
기사입력: 2019-03-28 06: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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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의약품이 국내 제약산업 연구개발(R&D) 캐시카우라는 업계 의견과 충격파를 우려하는 여당 의견 등을 반영해 약가 일괄인하 대신 차등 인하를 결정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26일 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 방안 확정까지 고심한 속사정을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발사르탄 사태 후속조치로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과 등록된 원료의약품(DMF) 사용 등 2개 조건을 전제한 제네릭 의약품 약가의 차등보상 방식을 발표했다.
2개 조건을 충족하면 현재와 같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를 산정하고, 1개 또는 0개 등 기준 요건 충족 조건에 따라 0.85를 곱한 술식으로 15%씩 인하된다.
또한 건강보험 등재 순서 21번째부터 기준 조건과 무관하게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를 산정한다.
일례로 고혈압약 21번째 제네릭은 20개 동일성분 제품 최저가의 85%로, 22번째 제네릭은 21번째 제네릭 약가의 85%로 가격이 단계적으로 인하된다는 의미다.
현 제네릭 의약품은 제약사 준비기간을 반영해 3년 이후 적용하며, 신규 제네릭 의약품 관련 고시 개정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 적용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당초 제네릭 의약품 난립 차단을 위해 약가 일괄인하를 검토했다.
의사협회와 약사회도 제네릭 의약품 높은 약가와 낮은 진입단계 등으로 인한 제네릭 과다 품목 경쟁을 지적하면서 과감한 퇴출을 주문했다.
여기에는 제네릭 의약품 높은 약가가 의사와 약사 리베이트로 악용된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원료의약품 등록을 이미 의무화했고,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1+3' 역시 3년 뒤 폐지되고, 복지부가 현 제네릭 의약품에 3년 유예기간을 준 점을 종합하면 3년 이후 모든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약가의 53.55% 최고가격으로 통일된다.
한 마디로 복지부의 이번 제네릭 의약품 약가 개편방안은 국내 제약업계 봐주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날 곽명섭 과장은 "발사르탄 사태 후 조건 없는 제네릭 의약품 일괄인하 방안을 검토했다. 제네릭 약가를 높게 해 이익이 커서 동일 성분 제네릭 등재가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협회는 현 제네릭 약가구조가 국내 제약산업 연구개발의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일괄인하는 제약업체 잉여이익이 대폭 감소해 연구개발 여력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여당도 실무협의에서 일괄인하로 인한 제약산업 충격파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곽명섭 과장은 "궁극적으로 발사르탄 사태 정확한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고, 내부 검토와 고민을 거쳐 일괄일하를 안하기로 했다"며 뒤바뀐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복지부 역시 제네릭 의약품의 완만한 약가 인하 한계를 인정했다.
곽 과장은 "이번 개편안 핵심 메시지는 좀 더 노력과 시간, 비용 등을 투자한 제네릭 의약품 보상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제네릭 의약품을 의도적으로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번 약가 개편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2012년 약가 일괄인하와 비교해 전면 보완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 없다. 일괄인하 당시 제도 변화의 동력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동력이 없다. 부분적 보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사실상 땜질식 약가 개선방안임을 시인했다.
곽명섭 과장은 제네릭 의약품 15% 인하 기준에 대해 "과거 계단식 약가인하는 80% 인정이었으나 규제개혁심사위원회를 거쳐 5% 인상돼 85%를 인정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개편안 인하율도 70% 또는 60%를 검토했는데 제약업계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해서 예전 85% 약가로 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중소 제약업계에서 우려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기관 부족 사태를 일축했다.
곽 과장은 "전국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가능한 대학병원과 임상시험 실시기관이 100군데 넘게 있다. 지금은 임상시험기관에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안했지만 제도 변화 이후 제약업체가 그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곽명섭 과장은 "약가 제도 개선이 제네릭 시장 진입을 막겠다는 시그널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발사르탄 사태에서 21개 제네릭 매출이 연 3억원으로 품목별 1500만원에 불과하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소요경비인 1억 5000만원을 들여 약가 15%를 안 깎이는 게 나은지 업체별 판단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