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학교육연합회 박정률 위원장 "글로벌 스탠더드 맞춰야"
|"진료비 수익 교육에 쏟는 구조 양극화만 조장"
이인복 기자
기사입력: 2019-04-09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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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의학교육을 표준화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의과대학에게만 이를 맡기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높아지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기 위해 범 사회적으로 움직이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교육부터 수련까지 의사를 키워내는 모든 과정을 의대과 병원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 학술대회 박정율 조직위원장(고려의대)은 8일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국제 학회에서 한국 의학교육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 세계의학교육연합회 학술대회에서도 가장 큰 주제는 역시 의학교육의 글로벌 스탠다드였다"며 "세계 표준을 기준으로 인증을 진행해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자 하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주장한 것은 역시 수준 높은 의사를 키워내기 위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모두가 놀랐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동안 의학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기 위해 사회적인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별 기관에게만 이를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율 위원장은 "선진국들은 정부는 물론 보험사와 범 사회적 기구가 나서 의학교육과 수련을 책임지고 있다"며 "질적 향상을 요구하는 대신 그에 맞는 지원을 해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대별로 의학교육을 모두 책임지고 수련병원 차원에서 전공의의 임금과 복지를 모두 감당하는 구조"라며 "결국 아무런 지원과 보상없이 교육기관의 의무와 책임감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절대 글로벌 스탠다드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표준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등록금만으로 의대를 운영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부속병원의 수익을 올려 교육비를 마련하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표준화는 꿈도 못꿀 이야기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지금 대부분의 의대는 부속병원의 진료수익을 지원받아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부속병원의 진료 수익에 따라 교육과 수련의 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전공이 임금조차 병원별로 수천만원씩 차이를 보이고 인프라도 천지차이인데 어떻게 표준화가 가능하겠느냐"며 "이제라도 사회와 국가를 아우르는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수준 높은 역량을 갖춘 의사를 배출하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이 안에서 표준화를 이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정율 위원장은 "의대 자체적으로 아무리 커리큘럼을 바꾸고 교육 목표를 세워도 병원에서 진료비를 떼어다 교육을 시키는 현재 구조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며 "건강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수준 높은 의사를 배출하라는 책무를 부여했다면 그에 맞게 국가와 사회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