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자료 분석 전체 평균 5% 미만 수준…'경증환자 통로'는 와전
가정의학회, 의뢰율 높은 병원 패널티로 전공의 배정 안해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9-04-18 12: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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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내 가정의학과는 정말 경증환자 유입 창구일까. 답부터 밝히자면 사실이 아니다.
메디칼타임즈가 대한가정의학회를 통해 입수한 상급종합병원 타과의뢰율 현황에 따르면 상당수 병원의 평균 타과의뢰율이 5%미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가정의학과를 폐쇄한 경상대병원(타과의뢰율 98%)처럼 의뢰율이 70%에 달하는 병원도 있었다.
가정의학회가 파악한 가정의학과 타과의뢰율(2016년도 기준)에 따르면 총 환자 68만5308명 중 타과로 의뢰한 환자수는 3만2573명으로 의뢰율은 4.8%에 그쳤다.
여기서 의뢰율은 가정의학과에서 검사, 추가진료 없이 타과로 전원한 사례만 확인한 결과다. 즉, 얼마나 가정의학과를 경증환자 통로로 활용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자료인 셈이다.
소위 빅5병원 가정의학과의 타과의뢰율은 서울대병원 7.7%, 세브란스병원 0.6%, 서울아산병원 2.2%, 삼성서울병원 5.9%, 서울성모병원 8.6% 등으로 병원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10%미만에 머물렀다.
특히 고대안산병원 0.1%. 고대안암병원 0.9%, 분당서울대병원 0.4%, 양산부산대병원 0.9%, 원광대병원 0.1%, 인하대병원 0.9%, 충북대병원 0.3%, 화순전남대병원 0.4% 등으로 일부 의료기관은 타과 의뢰율이 1%미만인 곳도 있었다.
심지어 단국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부산백병원, 조선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이 의뢰율은 0%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순천향대 부천병원의 타과의뢰율은 70%로 단연 높은 것으로 집게됐다. 2016년 4사분기 의뢰율은 78%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가정의학회 심재용 수련이사(신촌세브란스)는 "의뢰율은 가정의학과의 정체성이자 자존심"이라며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전공의 정원을 배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공의 배정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의뢰율이 높은 부분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타과 의뢰율이 70%를 초과한다는 것은 당초 가정의학과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아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는 전공의는 없지만 임상조교수, 부교수를 비롯해 6명의 의료진을 갖췄다.
심 수련이사는 "의뢰율이 눈에 띄게 높은 병원은 지도전문의가 아니라 환자 의뢰를 목적으로만 의료진을 채용했을 수 있다"며 "지도전문의 없이 가정의학과만 개설해두는 식"이라고 봤다.
학회가 의뢰율 10%를 기준으로 둔 이유는 극히 일부 타과 전원이 환자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경우와 지방에서 온 환자가 의뢰서 없이 내원한 경우 등 예외적인 사례를 고려한 것.
그는 "실제 상급종병 가정의학과에 내원하는 환자의 상당수는 여러과를 거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의 병력 청취과정에서 의외의 진단 결과를 얻고 치료하는 사례가 꽤 있다. 가정의학과는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곳이 아니라 환자에 집중해 그들의 질병 스토리를 확인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세브란스병원)은 "가정의학과 의료진이 주축으로 진료를 하면서 타과 진료가 필요해 전원하는 경우는 의뢰율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이를 포함하더라도 10%미만 수준"이라며 "오히려 타과에 비해 의뢰율이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