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 배포 실수 이어 객관식 보기 없이 출제되기도
"용역업체 실수였다" 해명 불구 "공공기관 신뢰성 추락"
문성호 기자
기사입력: 2019-04-23 06: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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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규모 간호사 채용을 진행 중인 가운데 필기시험 고시장에서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졌다.
문제수와 답안지 수가 맞지 않는데다 객관식 문제를 출제해 놓고 보기가 없어 해당 문항이 무효처리가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심평원은 지난 20일 2019년도 상반기 채용계획에 따른 심사직과 행정직 필기시험을 각각 진행했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승인받은 정원 증원에 힘입어 상반기 294명에 달하는 신규인력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행정직은 57명, 약사와 간호사로 이뤄진 심사직은 192명, 채용형 인턴을 포함해 전산직은 30명, 연구직은 15명을 새롭게 뽑을 예정이었다.
심사직 채용을 두고서는 의료 현장에서 근무 중인 핵심 간호사를 채용하고 있다면서 대형병원들로부터 비판을 듣고 있던 상황.
더구나 심평원은 채용계획에 따라 심사직과 행정직 필기시험을 진행했지만, 실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경력 간호사 대상 심사직 필기시험에서는 총 문제수가 80문항이었지만, 50문항이 최대인 답안지가 배포되면서 응시자들이 혼란을 겪은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결국 응시자들은 가답안 작성 후 올바른 답안지가 도착해서야 답안을 제대로 옮겨 적어야 했다.
또한 동시에 치러진 행정직 필기시험에서는 객관식 문항에 보기가 없이 문제가 출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당 문항은 무효처리 하는 됐지만, 일부에서는 시중에 출판되는 NCS 기출문제와 같은 문제도 실제 시험에 그대로 출제됐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심평원은 지난 주말 필기시험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신규채용 대행 용역 업체가 업무를 처리하다 발생한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심평원의 한 직원은 "신규채용을 대행하는 용역 업체의 실수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문제지와 답안지를 도중에 확인했다가는 자칫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고시장에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평원 내부에서는 총원이 3000명이 넘어서는 대형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을 두고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심평원 직원은 "입사시험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역사상 처음일 정도"라며 "아무리 시험 관리에 외부 업체를 고용해 진행했다 하더라도 책임은 심평원에 있지 안나"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신규채용 참여자들이 심평원을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정원이 3000명이 넘는 공공기관에서 발생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심평원은 신규 채용 공고를 그대로 진행하고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자 발표는 5월 24일로, 6월 10일부터 근무를 하게 된다. 상반기 채용 인원의 근무지역은 강원도 원주와 서울·수도권 지역이지만, 오는 12월 심평원 제2사옥이 완공되면 전 직원은 원주에서 근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