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학술대회서 '의료기기 공급자 수술실 입회 관련 교육 심포지엄' 눈길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기하지만 보조자 역할로서는 인정하겠다"
박양명 기자
기사입력: 2019-04-24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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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형외과학회가 수술실을 출입하는 의료기기 직원들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대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자 학회 차원에서 자정 노력에 나선 것이다.
정형외과학회는 18일 여수 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의료기기 공급자 수술실 입회 관련 교육 심포지엄'을 특별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정형외과학회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의료기기 공급자 및 관련 의료인에 대한 수술실 입회 기본 교육, 관련 의료법 및 해외 가이드라인을 교육 프로그램에 넣었다.
정형외과학회는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달리 비의료인의 수술실 입회와 관련한 정확한 법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관련 교육이나 홍보도 전혀 없는 실정"이라며 "비의료인의 의료 행위는 당연히 금지해야 하지만 정확한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보조자의 역할로서 어느 정도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준비한 정형외과학회 윤리위원회 조재호 간사(아주대병원)는 의료기기 공급자, 즉 영업사원이 수술실 입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했다.
조 간사는 "부산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정형외과적 수술을 대신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술실에 출입 자체가 불법인 것처럼 여론이 확산됐다"며 "부산 사건은 극히 소수의 비윤리적, 범법 사례이며 학회에서도 해당 의사는 제명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수술실 출입 자체를 막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의사가 수술전 장비 사용법을 숙지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술장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식당의 주방장이 그날 해야 할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까지 직접 손질해야 하는 상황과 같다는 것이 조재호 간사의 설명이다.
조 간사는 "수술에 이용할 의료기기를 미리 조립해야 수술 시간이 감소하고 감염 확률도 그만큼 줄어든다"며 "의사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직접 의료기기를 조립하는 과정이 더해지면 수술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형외과학회는 수술실을 출입하는 비의료인에게 해야 할 교육에 감염, 개인정보 관리, 의료법 관련 교육을 넣었다. 조 간사는 수술실 및 병원의 감염 관리에 대한 교육을 맡았다.
그는 "사실 의료기기 영업사원은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강의 수준을 맞추는 것부터 막막했다"며 "수술실 복장 착용부터 손 씻기까지 기본적인 내용들도 넣었다. 손 위생에서도 손톱 관리, 반지나 시계 같은 액세서리 착용, 핸드크림 사용 등 세부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조 간사는 "수술실 출입 시 감염을 막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준수 사항은 출입 복장이고 출입 전 복장은 모자, 마스크, 멸균가운, 멸균장갑 등 각 부위별로 인지해야 한다"며 "수술 부위 감염은 세 번째로 흔한 의료 관련 감염인데 손위생은 수술 후 감염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 손위생은 일시적 오염균을 제거하는 데 그치지만 외과적 손위생은 상재균(resident flora)을 감소시켜야 한다"라며 "클로를헥시딘제제 솔을 사용하면 손을 씻는데만 5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형외과학회는 이번 교육이 추후 비의료인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발판이라고 보고 있다.
조재호 간사는 "정형외과는 수술 비중이 높은 전문과목 중 하나"라며 "단순히 국회와 정부에 법을 만들어 달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 의료기기 업체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만 할 수 없으니 당장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라고 했다.
이어 "의사와 환자를 모두 보호하기 위해 학회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관련 교육하기로 했다"며 "매년 춘계나 추계 학술대회에서 교육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5년만 하면 전국에 강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