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대학병원 중심으로 스타틴 등 대체로 패턴 전환
개원가 일부도 처방 변경 조짐 "의학적 근거 따라야"
이인복 기자
기사입력: 2019-04-27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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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일차예방효과로 각광받던 아스피린이 쏟아지는 연구 결과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처방 변화의 움직임이 서서히 포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에 맞춰 국내 의학계도 한계론을 제시하면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처방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일부 개원가에서도 의학적 근거를 이유로 변경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소탐대실로 굳어진 아스피린 효용론…대체 가능성 제시
이처럼 아스피린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국내 의학계가 올해 춘계학술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이유가 크다.
지난해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뒤짚은 세건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RCT)가 나오면서 국내 의학계도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춘계학술대회 시즌에는 대한심장학회를 필두로 대한가정의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등이 잇따라 아스피린를 주요 세션으로 열고 뜨거운 토론을 펼쳤다.
전문과목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을 공통된 점에 주목했다. 역시 세 건의 RCT 연구와 미국심장학회, 유럽심장학회 등의 가이드라인이다.
무게 중심은 이미 아스피린의 심혈관 일차예방 효과에 비해 위장관 출혈의 리스크가 크다는 쪽으로 쏠렸다.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한계론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이들 학회들은 이미 아스피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이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가 초점이지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이미 정리가 된 분위기다.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박경우 교수는 "이미 일차예방효과를 기대하며 아스피린을 루틴하게 처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났다"며 "이제는 지금까지 유지한 처방을 어떻게 다시 방향성을 잡는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미 의학계가 움직이면서 일선 대학병원에서는 처방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병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우선 아스피린에 대한 루틴 처방은 재고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예 대체 약제가 없는 것도 아닌만큼 굳이 아스피린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셈. 스타틴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정현숙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이제 아스피린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고 봐야 한다"며 "굳이 이번 RCT 연구가 아니더라도 이미 패러다임은 스타틴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이드라인 개정에 맞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처방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병원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이미 임상현장에서는 아스피린 루틴 처방은 자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원가도 처방 변경 움직임…처방 급변 거부감도 공존
이러한 변화는 비단 대학병원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스피린의 경우 의료기관 종별에 관계없이 처방되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변화의 움직임은 다방면에서 시작되고 있다.
굵직한 연구가 쏟아진데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이드라인까지 변경한 상태라는 점에서 비단 학계에서만 이뤄지는 논의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례적으로 일선 개원가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대학병원으로부터 시작된 처방 변화가 개원가로 퍼져나가는 구조였다면 아스피린은 약물의 특성상 개원가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의사회 임원인 A내과의원 원장은 "미국와 유럽 가이드라인이 나온 후 루틴한 아스피린 처방은 하지 않고 있다"며 "개원가라도 하더라도 관심 있는 원장들은 연구와 학술 자료에 많은 관심이 있고 이를 실제 처방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학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전에 이미 개원가에서도 처방 변경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예다.
분명한 의학적 근거가 나온다면 대학병원과 개원가에 관계없이 처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개원내과의사회 김종웅 회장은 "의학은 철저히 근거가 핵심이며 이에 따라 치료법과 처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며 "내가 의대, 전공의 시절에 배운 것들이 지금은 아예 사장되거나 완전히 뒤바뀐 것들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나 또한 아스피린에 대한 임상 연구 결과가 나온 뒤 처방을 빼고 있는 상태"라며 "대학병원, 개원가 관계없이 근가가 나왔다면 당연히 처방에 반영하는 것이 의학자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급격한 처방 변화는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지금까지 충분히 효용성을 기대하며 처방해 왔고 완전히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 아닌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김재택 교수는 "오랜 기간 아스피린을 처방받아 먹어온 환자들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갑자기 약을 끊는데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는데다 출혈 위험성 또한 환자마다 다른 인자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정현숙 교수도 "아스피린의 대체제로 스타틴이 부각되고는 있지만 아직 일차예방약제로의 가능성만 보였을 뿐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며 "또한 분명 아스피린에 대한 반응과 기전이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