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서 '레보케토코나졸' RCT 발표
|호르몬 정상치 도달 30% 수준, 일부 간수치 상승은 예의주시
원종혁 기자
기사입력: 2019-04-30 06: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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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정체됐던 '쿠싱증후군' 분야에 새로운 약물 치료제의 처방권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행 치료 옵션인 '케토코나졸' 성분에서 간독성 문제가 불거지며 약물 사용에 제동이 걸린데다, 이외 안전성을 겸비한 선택지가 딱히 없기에 관심도는 그만큼 높다.
처방권에 바짝 다가선 '레보케토코나졸(levoketoconazole)' 제제는, 이미 미국 및 유럽 보건당국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약물로 쿠싱증후군 증상 개선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르티솔 합성 억제제인 레보케토코나졸의 다기관 3상임상인 SONICS 임상 결과는, 올해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연례학술대회 최신 임상세션에서 첫 구연발표되며 학계 주목을 받았다.
기존 케토코나졸 성분의 2S,4R 거울상 이성질체로 합성된 레보케토코나졸 제제가, 말초 부종이나 여성 환자의 다모증, 안드로겐 과다혈증 등 주요 임상증상을 개선하는 동시에 우려가 됐던 심각한 이상반응은 크지 않았다는 보고였다.
현재 쿠싱증후군의 1차 치료원칙은 외과적 수술을 통한 종양 제거지만, 수술에 실패한 경우 방사선 치료나 감마나이프 수술, 약물치료로 넘어가야 한다.
문제는 이들의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약물 옵션은 부신 호르몬 합성을 억제하는 '케토코나졸(ketoconazole)'을 비롯한 '메티라폰(metyrapone)' '아미노글루테치마이드(aminoglutethimide)' 등이 선택지에 오른다.
하지만 쿠싱증후군 환자에 사용이 많던 케토코나졸은, 간독성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 2013년 국내에서도 간손상 위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에 제동을 건 상황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레보케토코나졸의 역할에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유리 코르티솔 농도 정상 도달 30% 수준 주목
학회기간에 발표된 SONICS 임상을 살펴보면, 총 94명의 환자에서 쿠싱증후군 증상 개선에 주요 지표가 되는 '평균 24시간 소변 유리 코르티솔(mean urinary free cortisol, 이하 mUFC)'의 상승 정도를 평가했다. 정상 수치 범위의 상한선인 1.5배 이상을 넘겼는지 여부였다.
여기서 경구용 레보케토코나졸 투약군은 하루 두 번 300mg 용량으로 시작해 최대 600mg까지 1회 투약 용량을 늘려나갔다. 다만 내약성 측면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1회 투약 용량을 절반에 해당하는 150mg으로 줄이도록 임상 설계를 한 것.
전체 6개월간의 치료 결과, 이차 평가변수에 있어서 충분한 개선효과를 보였다.
쿠싱증후군 환자에서 주요 증상으로 거론되는 여드름을 비롯한 말초 부종, 여성 환자의 다모증(hirsutism) 개선에 유의한 혜택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여성 환자에서 평균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0.32에서 0.12ng/dL로 떨어뜨리는 동시에 관련 임상 징후인 '안드로겐 과다혈증(hyperandrogenism)'을 개선시키는 결과를 확인했다. 삶의 질과 관련한 우울증 점수 개선에도 일부 효과가 관찰됐다.
남성 환자의 경우도 평균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상승은 나타나지 않았다.
주저자인 오레곤생명과학대 신경외과 Maria Fleseriu 교수는 현장 브리핑을 통해 "레보케토코나졸은 코티솔과 테스토스테론의 합성을 모두 억제하면서 코티솔 과다 생성과 관련한 임상 증상의 유의한 개선 혜택을 검증했다"며 "여성 환자에서 문제가 되는 안드로겐 과다혈증의 증상 개선도 주목할 부분"으로 평가했다.
앞서 SONICS 임상은 작년 10월 유럽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도 주요 톱라인 결과를 선보인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치료 6개월간 레보케토코나졸의 용량 증량 없이 mUFC 정상 수치에 도달한 환자는 30% 수준으로 용량을 증량한 환자에서는 다시 8%가 추가됐다.
여기서 일차 평가지표 가운데 하나였던 심혈관 위험인자에도 유의한 개선 결과지를 보였다.
연구팀은 "쿠싱증후군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혈관질환이나 감염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다"며 "주요 평가지표에 속했던 심혈관 위험인자 개선에 유의한 혜택을 보인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케토코나졸 발목잡은 간독성 이슈는 없어"…간수치 상승 소수 보고
이 밖에도 약물 안전성과 관련해선 오심 구토(31.9%)를 비롯한 두통(27.7%), 말초 부종(19.1%), 고혈압(17.0%), 피로(16.0%) 등이 보고됐다.
관건이었던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은 4명의 환자에서 관찰됐다. 특정 간기능 관련 수치가 상승하거나 심전도상 QTc 구간이 길어지고, 부신피질 기능저하증(adrenal insufficiency)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결국 이러한 문제로 치료제 투약을 중단했고, 증상은 소실된 것으로 전했다.
세션 좌장을 맡은 동부버지니아의대 내분비내과 David Lieb 교수는 "쿠싱증후군에서 외과 수술 이후 코티솔 수치가 상승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며 "문제가 되는 이상반응이나 증상 역시 이러한 코티솔 상승과도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그런 측면에서 코티솔과 테스토스테론을 모두 억제하는 레보케토코나졸은, 쿠싱증후군에 대안 옵션으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이유인 즉슨, 현행 치료제들인 케토코나졸에서는 간독성 문제가 '시그니포(파시레오타이드)'의 경우 당뇨병 진행 위험이, '미페프리스톤'에는 약물상호작용 이슈가 끊이지 않고 거론됐기 때문이다.
후기임상에서 일부 안전성 검증이 이뤄진 만큼, 레보케토코나졸이 가진 추가적인 유용성과 잠재적인 약물 안전성을 계속해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레보케토코나졸에 앞서 또 다른 신약후보물질도 주요 임상 결과지를 제시했다.
3상임상인 'LINC-3 연구' 결과를 발표한 '오실로드로스타트(Osilodrostat)'는 외과적 수술에 실패해 약물치료가 필요한 쿠싱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유의한 개선효과를 보여줬다.
레보케토코나졸과 마찬가지로 mUFC가 정상 수치로 조절된 환자 중 치료제를 계속 복용한 환자군에서는 정상 수치를 유지한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다만 해당 임상이 애초부터 '개념검증(proof-of-concept) 취지'로 목적을 잡고 있어, 추가적인 혜택 평가가 이뤄져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