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병원들 급여화 이후 폭발적 수요 감당 못해
3~6개월 대기 부담에 협력 병의원에 검사 의뢰까지
이인복 기자
기사입력: 2019-04-30 06:00:56
가
URL복사
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MRI가 급여로 전환되면서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급종합병원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던 예약이 150%까지 증가하면서 대기 시간이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협력 병의원에 촬영을 의뢰하는 이례적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29일 병원계에 따르면 MRI가 급여로 전환된 뒤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뇌와 뇌혈관 MRI에 대한 건강보험이 확대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80만원에서 100만원에 달했던 환자 본인부담금이 불과 17만원대로 줄었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이 14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할때 불과 3만원만 보태면 상급종합병원에서 MRI를 찍을 수 있는 셈. 그나마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빗장으로 작용했던 비용 부담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가격 부담에 종합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으로 가던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직행하면서 이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아무리 수요를 맞추려 해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른 이유다.
빅5병원 중 하나인 A대형병원 부원장은 "급여화 이전에 비해 평균 150% 이상 대기 건수가 늘어났다"며 "24시간 MRI검사를 강행하고 있지만 도저히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우선 내부적으로 응급과 비응급으로 환자를 나눠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러다보니 비응급 환자들은 몇 달씩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워낙 환자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이들의 민원과 불만을 잠재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일부 대형병원들은 협력 병의원에게 협조를 구하며 과중된 업무를 분산시키려는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3~6개월씩 MRI 검사가 지연되다 보니 환자들과 협력 병의원의 양해를 받아 외부에서 검사를 진행한 뒤 이를 판독만 다시 하는 방법을 강구한 셈이다.
하지만 이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의료 서비스를 기대하고 찾아간 환자들의 불만을 비롯해 협력 병의원들의 거부감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서울의 B척추병원 병원장은 "얼마전 협력 병의원 계약을 맺고 있는 대형병원에서 MRI 위탁 촬영에 대한 MOU를 제안해 황당했다"며 "밀려드는 검사는 익히 알고 있지만 이 정도일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마음으로야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 환자들을 놔두고 그 환자들 촬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혹여 급격한 건수 증가 등으로 삭감 등의 위험도 존재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전했다.
대한병원협회 등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대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문 케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면서 쏠림 현상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는 이유다.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은 "문 케어가 진행되면서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문제는 상급종합병원들도 이러한 부분에 부담과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상급종합병원들도 경증 환자의 쏠림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복지부 또한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이는 결국 의료전달체계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며 "병협 차원에서 비대위를 구성했듯 문 케어에 대해 숨을 고르며 의료인력 문제와 쏠림 현상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