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전문의·병동으로 차별화 노린 광주에스웰요양병원
"단순한 사회적 입원 환자 넘어 대학병원급 중증·응급환자 수용"
이인복 기자
기사입력: 2019-05-15 06: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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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이 단순히 '잘 모실께요'하며 환자를 받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고 봅니다. 중환자 케어와 응급의학까지 제공하는 4차병원형 모델을 한번 만들어보려 해요."
요양병원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생겨나며 정부의 규제가 계속해서 심해지고 있는 현재. 상당수 요양병원들이 폐업까지 고려하는 시점에 대대적 투자를 감행하는 요양병원이 있다.
그것도 병동을 더 확충하거나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전문의를 채용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시선을 비웃듯 대부분의 요양병원 모델을 거꾸로 올라가고 있다.
광주에 위치한 광주 에스웰 요양병원. 이 병원은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합류시키고 응급, 중환자 병동까지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 지은 분원 또한 병상보다는 재활센터를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단순히 노인 환자의 연명 치료를 담당하는 요양병원의 모델을 완전히 바꿔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합류로 집중관리구역 신설 "중환자 케어 목적"
"처음에 요양병원을 낼때만 해도 노인 환자분들을 잘 관리하면서 바로바로 대학병원에 전원시키면 되는줄 알았어요. 하지만 과연 이것이 요양병원의 올바른 모습인가 회의가 들었죠. 지금의 이 도전은 그때부터 계획된 것이에요."
이석광 병원장의 말이다. 실제로 광주 에스웰 요양병원은 병원의 틀을 완전히 개조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과거 사실상 요양 병동이었던 병상들을 중환자, 집중 관리 병동으로 전환하고 재활센터도 대폭 강화했다. 이미 물리치료사 등 재활 병동을 지키는 인원은 광주광역시 전체에서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출신인 장익완 원장을 영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단순한 케어를 넘어 말 그대로 '의료'적 부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투영이다.
그의 합류와 함께 병상도 대폭 손질했다. 350병상 중에서 100병상 가량을 중환자 케어를 위한 집중 관리 병상으로 분류했다. 요양병원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무조건 전원시킨다는 공식을 깨기 위해서다.
손현선 원장은 "사회적 입원형 요양병원들이 늘다 보니 정부에서조차 적폐까지 얘기하며 기준과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공교롭게도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과 정부가 의도하는 관점이 맞아들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요양병원도 케어와 메디컬 두 축을 모두 가져가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가 한발 먼저 이러한 방향을 정한 만큼 올바른 모델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사회적 입원 환자들을 케어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의학적 치료를 통해 가정 복귀를 돕겠다는 의지다.
또한 재정적 부담으로 대학병원에 가지 못하는 중증 환자나 응급 환자들을 병원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가겠다는 목표도 세워놓은 상태다.
새롭게 합류한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장익완 원장은 "대학병원 응급실 교수로 있다가 요양병원에 합류하면서 혼란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내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며 "요양병원에서 어떤 환자를 볼 수 있을까 했지만 기관 튜브부터 폐렴, 패혈증, 심부전, 폐부종까지 너무나 다양한 응급 환자들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특히 중증 폐렴 등으로 당연히 대학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환자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전원을 거부하는 환자들도 많다"며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서울대병원에서의 경험을 살려 그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케이스도 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병원 이은 4차병원형 요양병원 모델 정립…"이미지 개선 희망"
이러한 도전을 통해 광주 에스웰 요양병원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4차병원형 요양병원 모델이다. 3차병원 이후의 치료를 담당하는 4차병원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목표다.
하루라도 빨리 환자를 순환시켜야 하는 대학병원과 재정적 부담으로 대학병원에 있을 수 없는 환자들에게 기댈 수 있는 병원으로 남겠다는 의지.
장익완 원장은 "1, 2, 3차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 이후 대학병원을 나온 암환자나 중증 환자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환자를 빨리 순환시켜야 하는 대학병원 입장에서도 믿고 보낼 수 있는 병원이 절실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관 절개 환자나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 콧줄 관리 등을 맡아줄 병원이 없어 대학병원에서 장기 입원 환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러한 환자들을 믿고 보낼 수 있는 4차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은 이미 지역 사회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최근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병원에서도 요양병원 중 최초로 우수 협력병의원으로 선정해 포상을 진행했다.
입소문도 만만치 않다. 이미 광주 지역에서는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전원해야 할 경우 1순위로 에스웰 요양병원을 꼽고 있다.
그만큼 직원들의 만족도도 최고 수준이다. 이미 병원에는 임직원들의 부모들이 상당 부분 입원해 있을 만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마냥 희망적인 것만도 아니다. 역시 문제는 돈과 사람이다. 분명 서비스의 질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것은 알지만 그만큼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현재 에스웰 요양병원에는 면역항암제 등 아주 특수한 약물 빼고는 대학병원에서 처방되는 거의 모든 약품을 보유하고 활용하고 있다.
사실상 포괄수가제(DRG)에 묶여 약을 쓰면 쓸수록 손해를 보는 요양병원의 구조상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손현선 원장은 "하다 못해 샴푸와 비누조차 환자들에게 자극이 없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인도부터 직수입해서 쓰고 있다"며 "병원 전체에 화학제품이 단 하나도 없을 만큼 시설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만큼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신뢰를 보내주고 있지만 결국 지금의 수가체계에서는 노력을 쏟는 만큼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요양병원의 신뢰를 쌓아가는 이러한 노력에 정부도 언젠가는 보상을 주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는 노력으로 에스웰 요양병원이 향하는 방향은 뭘까. 병원장을 비롯해 의료진들은 하나같이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에 꼭 필요한 의료기관으로 남는 동시에 요양병원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 부정적 시선을 개선하는데 선구자로 자리를 잡겠다는 의미다.
이석광 병원장은 "요양병원은 고령화 시대에 필수불가결하게 태어난 사회적 시설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약자가 많은 노인 환자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자 사명"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으리으리한 시설과 의료진의 엄청난 노하우가 요양병원을 대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환자들의 인권이 지켜지는 병원으로서 지역에 꼭 필요한 하나의 시설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