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바이러스 조립 억제 효과 최초 규명
"기존 약물 요법 병행 치료 옵션 새로운 전략 제시"
이인복 기자
기사입력: 2019-05-17 11: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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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좀약 등으로 주로 활용되는 항진균제인 시클로피록스(ciclopirox)가 B형 간염 치료제로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시클로피록스가 B형 간염의 생성과 조립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며 새로운 치료제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박성규 교수팀과 차의대 조유리 교수, 서울대 김윤준 교수팀은 시클로피록스가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 물질라는 것을 규명하고 17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결과를 공개했다.(Nature Communicationsvolume 10, Article number: 2184 (2019))
B형 간염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만성 B형 간염보유자의 경우 DNA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인 라미뷰딘 등이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중합 효소의 돌연변이에 의한 내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새로운 약물인 테노포비르, 엔테카비르 등이 개발돼 주 치료제로 활용중에 있다.
하지만 B형 간염바이러스의 중합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만으로는 B형 간염바이러스의 완치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의료진과 연구진들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다양한 복제 단계를 억제하는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아예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조립을 억제한다면 완치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도 이 부분이다. 연구진은 우선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약품으로 승인된 물질 1000여 종을 새롭게 디자인하며 시클로피록스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전 임상연구를 통해 시클로피록스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이루는 단백질 입자들의 조립을 억제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B형 간염바이러스의 생성을 막는다는 것을 규명한 것.
진미선 G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시클로피록스가 이미 조립이 이루어진 B형 간염바이러스 단백질 입자내로 들어가 구조를 변성시키고 조립된 단백질 입자를 풀어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B형 간염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을 밝혀냈다.
여기에 더해 차의대 조유리 교수는 비 임상 시험을 통해 사람의 간세포로 대체된 간 실험쥐에서도 경구투여된 시클로피록스가 B형 간염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비임상 독성 시험 또한 활성 농도 대비 독성 농도가 높다는 점에서 충분히 안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궁극적으로 시클로피록스를 통해 B형 간염을 완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
GIST 박성규 교수는 "앞으로 시클로피록스를 통해 개발할 치료제와 중합 효소를 억제하는 기존 약물 치료제를 병행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B형 간염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