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요양병원 현실과 동떨어진 지정기준…복지부 "윗선 판단 달렸다"
회복기 3만 병상 목표 후퇴 "요양병원 최소 100개 지정해야"
이창진 기자
기사입력: 2019-06-17 05: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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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경기도 지역 200병상 규모 A 요양병원 병원장은 얼마 전 재활의료기관 지정 기준 설명회 참석 후 허탈감에 빠졌다. 재활의료기관을 목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채용에 막대한 인건비를 투입했지만 보건복지부의 턱없이 높은 지정기준에 헛웃음만 나왔다.
[사례2]재활의료기관 지정을 목표로 수 백 억원을 투자해 올해 개원한 지방 B요양병원은 의료인력과 시설, 장비 모두 면에서 지역 의료기관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18년도 한해 진료량을 지정기준을 한다는 정부 발표 후 병원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사례3]의료재단 소속 450병상 C요양병원은 전면 재활의료기관 전환을 준비했으나 복지부 수가와 적정규모를 인지하고 병원과 요양병원 분할로 입장을 바꿨다. 문제는 지자체에 의료기관 종별 신고 시 분할 자체를 신설 병원으로 규정돼 병상 축소 등에 다른 40% 이상의 경영손실이 불가피하다.
전국 많은 요양병원이 지난 4일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주최로 열린 '본사업 1기 재활의료기관 지정 운영 설명회' 이후 사실상 멘붕에 빠졌다.
150병상에서 200병상 규모 요양병원과 작년과 올해 개원한 요양병원 그리고 대형 요양병원 등 소위 잘나가는 요양병원 목표는 재활의료기관 본사업 지정이다.
10년 넘게 일당정액 수가에 길들여진 요양병원 내부는 고령사회 대비한 급성기와 회복기, 만성기 등 보건당국의 병원급 새판 짜기를 일찌감치 감지했다.
지난 2015년 복지부가 재활의료기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재활의료 특화 병원은 물론 요양병원 움직임은 빨라졌다.
당시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청와대 하명이 복지부로 전달됐다는 풍문이 확산됐다.
요양병원 급증에 따른 수가개편 압박책과 동시에 3만 병상 이상의 재활의료기관 지정 육성책이 핵심 내용.
2015년 재활의료 3만병상 계획안, 요양병원 지정 유인책 병행
당연히 재활의료기관으로 말을 바꿔 타려는 요양병원들 움직임이 확산됐고, 복지부 역시 요양병원 별도 지정과 병동제 도입 등 유인책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복지부가 재활의료기관 사업에 요양병원을 주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2018년 기준 병원급 3713개소 중 요양병원은 1565개소(42.1%)이며, 요양병원에서 재활의료기관 필수인력인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전체 병원급 39.9%(599명), 물리치료사는 36.1%(7390명), 작업치료사는 49.3%(3448명) 등을 차지했다.
회복기 재활의료에서 요양병원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양병원 1563곳, 재활 전문의 40%-작업치료사 49% 차지
요양병원계 열망은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 설명회에서 드러났다.
전국 요양병원 원장과 간부진 400여명이 설명회장을 가득 매우며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설명회 중반 이후 여기저기서 탄식과 한숨이 이어졌다.
"복지부가 요양병원을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할 마음이 전혀 없다",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15개소에 이전에 탈락한 15개소를 합쳐 30개소를 지정하기 위한 설명회다", "복지부도 심평원도 재활의료기관 사업 취지와 의미를 완벽하게 파악한 이가 없다"
수가의 경우, 15분 이생 단위로 1일 최대 16회(4시간)를 기준으로 회복기재활 통합계획관리료 등 다양한 수가방식이다.
몸값이 상승한 재활의학과 전문의 채용도 부담되나 관건은 간호사다.
지역 외곽에 위치한 요양병원에서 간호사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로 표현된다.
그것도 간호사 1명 당 환자 6명 인력기준은 현 요양병원 간호 1등급(간호사 1명 당 환자 6.5명)을 초월한 희망사항이라는 지적이다.
인력기준을 제외하더라도 문제점은 상상 그 이상이다.
복지부는 재활의료기관 지정 평가기간을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실적으로 정했다. 인력기준을 비롯해 입원환자군 40% 비율과 시설, 장비 모두 2018년도 완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양병원들은 아무런 사전 지침 없이 설명회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한 부분도 황당하나, 기존 시범사업으로 그 정도는 유추할 수 있지 않느냐는 복지부의 책임 떠넘기 식의 답변과 태도에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
재활의료기관 지정을 준비한 200병상 내외 요양병원 및 최근 개원한 요양병원 모두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여기에 입원환자 중 재활환자 비율 40% 기준 역시 재활환자와 함께 치매와 노인성 만성질환, 중증질환 등 다양한 포괄적 입원치료를 수행한 요양병원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2018년도 한해 진료량·재활환자 40% 기준, 현실성 부족
300병상 이상 전국 90개소 대형 요양병원의 재활의료기관 진입 절차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법률적으로 병원과 요양병원 분리 개설이 가능하다며 대형 요양병원에서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요양병원 일부의 병원 전환 시 병상 이격거리 1.5㎡ 유지로 병상 30% 이상 감소는 예견됐다.
하지만 의료기관 분할에 따른 현 요양병원을 신규 요양병원으로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고, 신규 의료기관 개설에 따른 병상 이격거리 1.5㎡ 유지로 예상치 못한 경영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외에 요양병원에서 병원 종별 전환 시 주차장 확보 기준이 300㎡당 1대에서 150㎡당 1대로 강화되며 주차장 확보에 따른 비용 발생도 동반된다.
의료계는 재활의료기관 사업 추진에 대한 복지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대형 요양병원 분할, 신규 요양병원 신고 따른 병상 이격거리 손실 불가피
충청 지역 한 재활 특화 병원 원장은 "복지부는 장애인건강법에 명시된 지정기준이라고 하나 환경과 여건이 바뀌면 시행규칙은 국회 동의없이 수정 가능하다"면서 "고령사회에 대비한 회복기 재활의료 활성화는 사라지고 엄격한 지정기준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고집만 남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만성기의료협회 최성혜 보험이사는 "많은 요양병원들이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채용에 집중하며 재활의료기관을 준비했다. 올해 지정이 어렵더라도 병원 종별 전환에 따른 지정유예를 기대했다"면서 "복지부는 2018년 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다는 원칙만 고수하면서 요양병원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혜 보험이사는 "병원 종별 전환에 따른 이격거리 유지는 최소 30% 이상 병상 수 감소로 이어져 경영손실은 불가피하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고령사회 대비 회복기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요양병원들의 노력을 외면하고 2기 지정까지 3년을 기다리라는 복지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요양병원들의 문제제기에 수긍하면서도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정책과(과장 오창현) 관계자는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 개정안 관련 많은 요양병원로부터 의견이 들어왔다. 상당 부분 일리가 있고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1기 본사업을 30개소로 갈지, 더욱 확대할지 우리 손을 떠났다. 윗분들 판단에 달려있다"고 답변했다.
복지부 “문제 발생 하면 어쩌나”-의료계 “담당 공무원들 무책임 일관”
그는 이어 "재활의료기관 확대 시 우려점은 환자 안전과 의료 질이다. 혹시나 문제가 발생하면 지정기준을 완화해 발생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라며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 후 곧바로 재활의료기관을 공모할지, 지정기준을 재검토해 공모할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면피용 탁상행정에 분노감을 표했다.
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복지부가 고령사회 대안으로 재활의료기관을 논의할 때 3만 병상 목표에서 지금은 5천 병상으로 대폭 축소됐다. 수년간 전문가 회의와 연구용역에서 제기된 개선방안이 지정기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서 재활의료기관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공무원은 사라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전하고 "조건없이 요양병원 최소 100개소 이상 지정해 추후 질 관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요양병원 없이 병원만으로 회복기 재활의료 활성화는 요원하다"고 전망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급성기와 만성기 과도기인 회복기 재활이 병원급 기능 재정립과 함께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올해 30개, 내년 50개 등 찔끔 찔끔 지정하면 코앞에 다가온 고령사회 의료비를 누가 감당할지 의문"이라며 복지부의 전향적인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