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료기기안전정보원 채용 난항
“강화된 인사검증에 식약처 출신 전문가 부재” 설득력
정희석 기자
기사입력: 2019-07-01 11: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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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인력풀이 고갈된 걸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각각 상근부회장·원장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협회는 지난달 3일부터 21일까지 임기 3년의 상근부회장 채용공고를 진행했다.
이 결과 단 한명의 지원자만이 응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원자는 식약처 출신 퇴직 공무원으로 의약품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상근부회장 채용 응모결과에 대해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과거 복수의 후보자가 몰렸던 것과 다르게 단 한명이 응모한 것은 물론 해당 지원자가 식약처 출신 전임 상근부회장들과 달리 국장급(부이사관) 출신도 아니라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은 것.
이경국 협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상근부회장 후보자가 3~4명 정도였기 때문에 협회 이사회에서 투표를 할 정도로 지원자가 많았다”며 “이번 상근부회장 채용공고에 단 한명이 지원했다는 보고를 받고 나 또한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론 고위직 출신이 상근부회장 필요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기기 실무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독 지원자를 상근부회장으로 뽑을지, 아니면 재공고를 낼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 산하기관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 역시 원장 채용에 어려움을 겪기는 매한가지.
정희교 초대 정보원장이 임기 1년을 남긴 지난 2월 13일 식약처에 사표를 낸 후 현재까지도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
특히 정보원은 올해 4월 19일·5월 3일 두 차례 채용공고에도 불구하고 적임자를 찾지 못해 지난달 10일 세 번째 공개모집에 나섰다.
정보원 내부에서는 식약처 위임업무가 많아져 인력 충원과 그에 따른 예산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원장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기기업계는 협회 상근부회장·정보원장 채용 난항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식약처 공무원들의 퇴임 후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협회 상근부회장·정보원장 연봉을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없는 것은 식약처 퇴임 공무원들의 갈 곳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법무법인, 의료기기·제약사 등 기업, 대학교수 등 재취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 방지를 위해 인사혁신처가 퇴직 공무원 재취업 인사검증을 강화한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앞서 식약처가 협회로부터 추천받아 인사혁신처에 승인을 요청한 상근부회장 후보 3명 모두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해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기기업계 종사자는 “식약처 퇴직 공무원 입장에서는 인사혁신처의 재취업 제한 강화에 따른 인사검증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협회 상근부회장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는 몇몇 인사는 3년 재취업 제한에 막혀 지원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협회·정보원 구인난의 근본적인 이유로 식약처 출신 의료기기 인력풀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식약처 조직 특성상 주요 핵심부서와 보직을 약사 출신들이 대거 차지한 상황에서 의료기기 실무경험과 전문지식을 쌓은 전문가 자체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보원장 채용공모에 의료기기 비전문가인 대학교수들이 대거 몰린 이유도 이 같은 맥락으로 설명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식약처가 의약품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의료기기부서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고 퇴직한 고위직 공무원이 많지 않다”며 “의료기기 인력풀 자체가 부족한데다 퇴직 관료들의 인사검증까지 까다로워지면서 협회 상근부회장·정보원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