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겐 결핍증 폐경전 여성 환자, 테스토스테론 패취제 실효성 낮다
우울증 및 불안장애 일부 혜택은 기대 "식욕부전 개선 위약과 같은 결과"
원종혁 기자
기사입력: 2019-07-02 06: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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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 중재치료'가 신경성 식욕부진에는 실질적인 개선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최근 성호르몬 대체요법이 암종을 비롯한 비뇨기과, 신경정신과 진환 분야에서 다양하게 임상적 유용성이 저울질되는 상황에서,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가진 항우울효과가 신경성 식욕부진에는 어떠한 혜택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남성호르몬 결핍증을 보인 해당 폐경전 여성 환자에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사용할 경우, 체중증가가 적고 내약성이나 안전성은 확보했지만 개선효과에는 의문점을 남겼다.
국제학술지인 임상내분비대사학회지(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6월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이번 임상 결과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지원과제로 선정된 연구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저용량 테스토스테론 요법을 주2회 사용할 때 우울증을 비롯한 불안장애, 신경성 식욕부진(anorexia nervosa, 이하 AN) 여성의 식이장애를 해결하는데 실제 개선 혜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평균 수치 이하로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진 신경성 식욕부진 여성 90명에 경피 패치제의 효과를 위약과 비교해본 결과였다.
치료 24주차 결과, 테스토스테론 패치제 사용군에서나 위약군 모두에서 평균 우울증 및 불안증 점수는 비슷하게 감소했으며, 식이장애 개선을 두고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책임저자인 보스톤 매사추세츠병원 신경내분비과 앨리슨 킴볼(Allison Kimball) 교수는 "앞선 연구들에서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기분장애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번 6개월차 추적관찰 임상에서는 지속적인 개선효과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결론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을 가진 여성 환자에서는 식이장애 개선이나 우울증, 불안증상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요법을 추천하지는 못할 것"으로 덧붙였다.
저용량 보충요법 "우울증 및 불안장애 일부 효과" 승인된 치료옵션은 없어
통상적으로 여러 임상자료에서는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식이장애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지금껏 시판허가를 받은 항우울제들에서도 신경성 식이장애를 가진 환자들에서 관련 증상을 개선하는 임상적 적응증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약물은 없었던 상황.
하지만 전체 남성호르몬(androgen, 안드로겐) 결핍증이 신경성 식욕부전 여성 환자에 흔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이러한 환자군은 테스토스테론과 테스토스테론의 전구물질의 생성이 줄어든다는 보고에서 이번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된 이유다.
특히 앞선 임상에서는, 이러한 여성 환자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우울증과 불안장애 중증도와 관련해 반비례 관계를 가진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때문에 이번 연구팀도 해당 환자군에서 안드로겐 결핍증을 표적으로 해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의 실제 개선혜택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잡았다.
킴볼 교수는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결과들에서도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은 체중과 식이섭취를 조절하는 일부 혜택이 관찰되기도 했다"며 "흔히 신경성 식욕부진이 우울증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동반되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입증한 약물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실험실적으로 3주간 진행된 테스토스테론 치료가 항우울증효과가 포착되면서 이번 저용량 테스토스테론 요법에 기대를 건 이유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임상 디자인을 보면, 18세~45세 연령의 신경성 식욕부진 환자가 90명 등록됐으며 이들은 정상 체중이거나 정상보다 낮은 체중을 유지하는 환자들이었다. 또한 폐경전 여성에 권고되는 혈중 정상 테스토스테론 수치 미만이었으며, 연구기간 분석의 정확도를 위해 피임을 권고했다. 정신적인 질환이나 최근 정신과 약물을 사용한 환자는 연구에서 배제됐다.
6개월간 주2회 경피 테스토스테론300mcg과 위약을 무작위로 환자에 투약해 개선효과를 비교했다. 이때 일차 평가변수는 체질량지수(BMI) 였으며, 이차 평가변수로 헤밀턴 우울증스케일점수(HAM-D) 및 불안증스케일점수(HAM-A), 식이장애설문평가(EDE-Q)와 식이장애설문지(EDI-2) 등이 비교됐다.
그 결과, 위약군과 치료군에서 개선혜택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이 우울증과 불안증에 일부 긍정적인 혜택을 보였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신경성 식욕부진에는 개선혜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추가적으로 해당 여성 환자군에서는 이러한 호르몬 중재요법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테스토스테론 남성호르몬 중재요법에 대한 임상적 혜택은, 8년만에 개정작업을 진행한 성선기능저하증 환자를 겨냥한 테스토스테론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보여졌다.
전립선암 등 안전성 이슈와 관련한 임상근거가 부족한 상황임에도, 65세 이상 고령 남성에서는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의 유용성을 여전히 강조한 것이다. 국제 내분비학회(ENDO)가 작년 정기 학술대회에서 공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65세 이상 성호르몬 대체요법에 여전히 무게를 뒀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변석수 교수는 "예전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전립선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두고 다양한 전문가 논의들이 진행돼 왔지만, 아직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들은 50세 이상부터 노화에 의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떨어진다. 일반 적인 우려와 달리, 성호르몬 대체요법으로 인해 테스토스테론이 정상범위를 넘어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고 밝혔다.
한편 남성 성선기능저하증 치료에는 테스토스테론 근육주사제제, 경피부착포, 피부에 바르는 젤 형태 등 여러 제형이 결핍된 성호르몬을 보충하는데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