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은 로슈의 상품명 '로아큐탄'으로 잘 알려진 경구용 여드름치료제. 치료 효과는 좋지만 잘 알려진 임산부 여성의 기형아 유발에 이어 올해 초 유럽집행위원회의 우울증 발생 등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에 연구진은 FDA 유해사례보고시스템에 접수된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0년간의 이소트레티노인 관련 정신병적 부작용 사례를 취합했다.
결과를 보면 정신병 부작용은 총 1만 7829건이 보고됐는데 이중 우울 장애, 정서 불안 장애 및 불안 장애가 가장 빈번했다. 전체 부작용 중 절반 이상(52.5%)이 10~19살 사이에서 발생했다.
8936명(50.1%)이 남성에서, 8362명(46.9%)이 여성에서 나타났고 531건(3%)은 성별을 보고하지 않아 제외됐다.
우울증과 불안 비율은 남녀간 균등했지만 섭식 장애의 경우 여성이 68.2%(58건)로 더 많았고,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와 자살은 각각 66.3%(55건), 78.8%(290건)로 남성에서 더 빈번했다. 자살자 발생 비율은 10만 명 당 남성 8.4명, 여성 5.6명이었다.
연구진은 "이소트레티노인 사용으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이 빈번하게 보고됐지만 이는 여드름 환자의 우울감과 자살 증가의 맥락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이소트레티노인 복용자 중 자살 비율은 전체 인구의 자살 비율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울증 및 자살과 관련이 없는 정신 관련 부작용도 많이 보고됐지만 이것이 이소트레티노인 요법의 결과인지는 확실치 않다"며 "해당 약물과 정신병적 위험 사이의 인과 관계가 확립된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들도 약물 사용에 신중해야 하지만 인과 관계의 해석에는 좀더 면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는 "여드름 문제로 대인기피증이 발생할 수도 있고, 특히 청소년기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어 약에 의해 부작용이 발생했는지 면밀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소트레티노인을 쓴 그룹과 안 쓴 그룹에서 우울증 등의 정신병적 이상증상 발생의 빈도가 비슷하다는 연구도 있다"며 "또 뇌에 이 약을 수용, 우울증을 일으킬만한 리셉터가 없다는 점도 기전상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여드름으로 인한 자존감 상실이나 우울증 기질 등의 교란 변수가 많은 만큼 실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코호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
이주흥 교수는 "그렇다해도 정신적 이상반응은 FDA가 과거부터 경고하던 내용이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며 "국내 의료진들도 환자들의 정서적 변화나 우울감 발현 시 신중히 처방한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 역시 원래 우울증이 있는 환자에게 이소트레티노인을 처방하지 않는다"며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으면 정신과와 협진도 하지만 정신과에서는 해당 약물을 크게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