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 비용지표에 따라 싼 약 처방 등 질 저하 문제 지적
|심평원 "지협적 문제 지적…전체적 지표로 중증도 보정한다"
문성호 기자
기사입력: 2019-08-22 11: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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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심사 지표는 과소진료와 제네릭 약제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8월에 시행한 분석심사 선도사업의 지표가 과소진료 등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하지만 심평원은 이들의 문제제기에 비용이 높다고 무조건 심층심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한병원의사협회(이하 병의협)는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분석심사 지표들은 의료계 현실을 반영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의료의 왜곡과 질 저하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우선 병의협은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등 4개 대상 항목의 비용영역 지표를 '과소진료'를 유도한다는 이유로 문제 삼았다.
병의협은 "4개의 질환들의 비용영역 지표에는 원내진료비와 원외약제비도 열외군 비율을 포함해서 지표로 선정돼 있다"며 "평균보다 낮은 것을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평균보다 비용영역 지표 값이 높을수록 심층심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의료기관들은 심층심사를 피하기 위해서 진료비를 가능한 낮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총 진료비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원내진료비와 원외약제비 임을 감안했을 때, 총 진료비도 낮게 유지해야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지표 값 관리를 위해서 원내진료비와 원외약제비도 각각 낮추는 방향으로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원내진료비를 낮춘다는 의미는 과소진료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병의협은 분석심사에 따른 삭감을 피하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은 원외약제비를 낮게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오리지널 약제는 기피하고 제네릭 약제 중에서도 가장 싼 약을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병의협은 "원외약제비를 낮추는 진료 패턴의 변화는 제네릭 위주 처방의 문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네릭이 없는 신약 처방을 외면하는 문제도 만들 수 있다"며 "새로운 약제들은 일정 기간 동안 특허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제네릭 약제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약제들은 약제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원외약제비를 절감해야 하는 의료기관들의 입장에서는 처방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분석심사로 인해 "결국 국내 환자들이 보다 나은 약을 처방 받을 기회를 국가가 박탈하는 것이고, 대한민국 의료의 수준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심평원 측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두고 비용지표 만을 두고 심층심사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체적인 지표를 보는 것이다. 중증도를 감안해서 약제 사용여부를 바라보는 것"이라며 "분석심사는 대상 의료기관 중에서 질은 낮은데 비용이 높은 곳을 모니터링한 후 이를 전문심사위원회를 통해 확인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나면 다시 모니터링 대상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분석심사는 이전처럼 하나의 지표가 높다고 지표연동제처럼 평균값으로 낮추라고 중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나의 지표 값에서 일정 수준의 상위, 하위기관을 잡아내는게 아니다. 지표를 지협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