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개원가, 자보사와 총성없는 전쟁
자동차보험회사와 의료계의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A화재를 비롯한 자보사들이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하는 전국 병의원을 대상으로 허위진단 및 부당청구 혐의로 수사기관에 무더기로 진정 및 고발함에 따라 병의원들이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이달만 들어서도 9일 춘천지방검찰청을 시작으로 전주(11일), 인천(11일), 서울(12일) 등 연이어 터진 자보 환자 진료비 사건으로 9명의 병의원장이 구속되고 사무장 등 8명이 불구속됐다. 또 자보 진료비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자보사의 전쟁 중에 불거진 심평원의 심사 통합화가 미칠 영향을 3차례에 나누어 진단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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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자보사에 가위 눌린 의사들
②교통사고병의원 자보와 애증
③심평원 자보 심사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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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보험범죄’ 집중 단속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9일 교통사고 입원 환자를 전문적으로 유치한 뒤 진료비를 부풀려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수법으로 모두 1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사기 등)로 강릉, 동해, 삼척, 지역 8개 병의원장을 적발하여 이 가운데 A병원장 등 6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주지검은 또 11일 자동차보험사에 환자 진료비를 부풀려 청구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B정형외과와 C신경외과 원장 등 2명을 구속했다.
같은 날 11일 인천남동경찰서는 병원 직원과 개인택시 기사, 자동차 영업사원들이 서로 짜고 다치지도 않은 사람들을 환자를 가장해 입원시킨 뒤 S화재 등 9개 보험회사에서 작년 4월부터 최근까지 4억8,9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인천시 D병원장을 불구속하는 한편 원무과장 E씨 등 6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D병원장 등은 가짜 환자를 만들어 39일 동안 입원시킨 뒤 보험회사에 진료비 최근까지 모두 150차례에 걸쳐 보험금 6,500만원을 타낸 혐의다.
A화재 경찰출신 'SIU'팀 구성
국내 자동차보험회사 중 가장 큰 규모인 A화재의 경우 경찰 출신으로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팀을 별도 구성하여 전국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A사의 SIU팀은 보험사기 색출 등을 위해 11년 전 구성됐으며 금년에 인원을 대폭 증원하여 병의원을 대상으로 허위진단 및 진료비 부당청구 사례, 루머수집, 부재환자 확인 등 병의원 약점을 수집하는데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손해율 1% 증가에 따라 700억원의 손익이 감소한다”며 “결국 손해율 증가는 운전자들의 보험료 증가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부 정형외과 및 신경외과 등 교통사고 환자를 전문의로 보는 병의원들의 도덕불감증이 위험수위에 올라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동차보험 가입자 보호 차원에서도 뿌리를 뽑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도 “조사결과 보험회사의 경우 사고조사 인력이 부족한 점을 악용해 실제 진료비 보다 20% 정도 가량 부풀려 보험금을 청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번 수사가 병원의 가짜환자 유치 및 보험금 허위청구 등 불법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개원가 “마녀사냥ㆍ인민재판식 수사 안된다”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경만호 회장은 자보사 고발 및 검경의 집중 수사에 대해 “마치 보험사의 적자나 보험료 인상요인이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허위부당청구에 기인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여 마녀사냥, 인민재판식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 회장은 또 “수사기관은 수사시 자체의 의료전문인력이 없기 때문에 보험회사에 지원하는 간호사에 의존하여 진료기록을 분석하여 수사에 활용하는 짜맞추기식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환자를 직접 보며 치료한 의사의 치료행위에 대한 판단을 환자를 보지 않은 간호사의 판단에 의존하는 비상식적인 처사이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 개원의는 “일부 병의원의 경우 보험사와 밀착된 관계 속에 얽혀있는 경우도 있지만 소신껏 진료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으려는 양심적인 의사가 대다수 이다”며 “오히려 다수의 의원들은 손실을 각오하고서라도 일종의 ‘과소 청구’를 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②‘교통사고병의원 자보와 애증’에 계속>